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다음달 6일부터 6개월 동안 유류세가 15% 내린다. 휘발유는 ℓ당 123원, 경유는 ℓ당 87원, 엘피지(LPG) 부탄은 ℓ당 30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가 상승과 내수부진에 따른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서민 등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현재 휘발유에는 746원, 경유에는 529원, 엘피지 부탄에는 185원의 유류세가 붙는데 이를 15%씩 낮추기로 했다. 유류세는 기름값의 20.7~45.5%를 차지하는데 탄력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경기조절, 가격안정, 수급조정 등에 필요한 경우 기본세율의 30% 범위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이번 세율 인하는 예상(10%)보다 큰 폭이며, 역대 최대치다. 100% 가격에 반영되면 휘발유는 10월 셋째 주 전국 평균 기준 ℓ당 1686원에서 1563원으로 7.3%, 경유는 ℓ당 1490원에서 1403원으로 5.8%, 엘피지 부탄은 ℓ당 934원에서 904원으로 3.2% 떨어진다. 그 결과 약 2조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혜택이 서민보다 부유층에 더 집중된다는 논란도 있다. 2012년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을 살펴본 결과, 당시 유류세 인하로 소득 1분위(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가구는 월평균 880원, 소득 5분위(고소득층)는 5578원의 혜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초과세수에 의한 긴축재정이 내수 위축의 한 요인으로 잡히다 보니 문재인 정부가 감세 정책을 쓰는 셈이 됐다. (경기부양) 타이밍을 놓친 정부가 하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에너지정책학)는 “부유층이 인하 혜택을 더 보는 소득 역진성은 있지만 이보다 유가 인하를 통해 물가 안정과 함께 원가 인하 등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했다. 정부는 2008년 유류세 인하가 실제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관계부처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유류세 인하분이 신속히 반영되도록 업계에 요청하기로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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