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개최한 국민토론회 '국민연금 개선, 국민의 의견을 듣습니다'가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케이티스퀘어(KT Square)에서 열려 무대 위에 설치된 게시판에 국민연금 개선 관련 시민들의 의견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하고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투자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관계기관 통보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률상 결격 사유’로 인해 최근 5년 동안 국민연금이 이사·감사 선출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40건에 이르지만, 실제로 부결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내놓은 ‘국민연금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사유 중 법률상 결격 사유 사례’ 자료를 보면, 상당수 기업이 법을 어기고 전직 공무원 등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에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주주총회 이사 선임안에 오른 사례는 롯데하이마트(2014년 신아무개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하나금융지주(2014년 정아무개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케이티(KT)스카이라이프(2014년 이아무개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케이티스(2015년 이아무개 여성가족부 차관) 등 29건에 달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전직 고위공직자는 반드시 재취업심사를 받아 승인을 얻은 뒤 취업을 해야 한다. 통상 상장 기업은 2주 전에 주주에게 안건을 알리고 국민연금은 주총 1주일 전 또는 이틀 전에는 투자위원회를 열어 찬성·반대 의결을 결정한다. 하지만 해당 사례에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재취업심사가 끝나지 않았다.
또 신 의원은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 권익을 침해한 적이 있는 이들의 이사·감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거의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는 것에 국민연금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기업 주총 선임 안건 가운데 분식회계·배임·계열사간 부당지원·부실 모회사 지원·감독의무 소홀 등의 의혹을 가진 이들의 이사·감사 선임 안건이 61건에 달했다.
신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주총 당일 단순히 반대 의결할 것이 아니라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무부·인사혁신처 등에 위법 사항을 알리고, 법적 조처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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