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 체인지’ 오픈 포럼에 참가한 시민 및 활동가들이 도시 전환 의제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꿀렁꿀렁한 평화 어때요? 변화의 진폭이 살아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넘실대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평화 사회 아닐까요?”
‘평화 감수성’이라는 깃발이 꽂힌 테이블에서는 평화에 관한 이야기가 무르익어갔다. 20대부터 60대까지 성별도, 직업도, 사는 곳도 제각각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은 70여명의 활동가와 시민으로 북적였다. 서울연구원이 주관하는 ‘2018 서울 전환도시 국제콘퍼런스’의 둘째 날 행사인 ‘위 체인지’(We Change) 오픈 포럼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4개월간 다양한 사회혁신가들의 현장을 찾아가 포럼 17차례를 열었고
청년, 교육, 도시재생,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일궈가는 사회혁신가 100여명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렇게 해서 평화 감수성, 공유도시, 느슨한 연대
등 ‘도시 전환’ 의제 16개가 추려졌다.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평화라는 개념도 참가자들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자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려나갔다. 토론을 이끈 전세현 피스모모 사무국장은 “시대별, 세대별로 평화에 대한 정의가 다름을 확인했다”며 “평창올림픽 때 여자 남북 단일 하키팀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평화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장은 “평화와 관련된 사회 의제가 제대로 실행되려면, 평화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논의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옆자리의 다른 테이블에서는 공유도시를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지역 삶터를 꾸려가는 주민들의 특성이 담긴 공유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마을 전체가 호텔 리조트 기능을 하는 일본 야나카 마을이 대표적인 공유마을 사례로 소개됐다. 야나카 마을 이야기는 마을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던 청년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철거가 예정된 마을 건물을 ‘하나레’라는 커뮤니티센터 겸 관광객을 위한 작은 호텔로 탈바꿈했다. 입소문 난 마을 맛집은 호텔 레스토랑으로, 동네 목욕탕은 호텔 온천으로, 마을 골목길은 호텔 산책길로 소개됐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모노를 입고 인력거를 모는 체험활동부터 동네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마을 관광자원이 만들어졌다. 야나카 마을은 마을 기반시설이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과도 공유하는 관광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돌봄과 살림의 가치를 다루는 사회적 모성, 전환도시를 이끌어가는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세대전환 등 도시를 바꾸는 여러 의제에 대한 논의가 숨 가쁘게 진행됐다. 이날 3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 끝에 다시 추려진 도시전환 열쇳말 13개는 ‘2019년 서울을 바꾸는 의제’로 서울시 정책에 활용될 참이다. 포럼을 참관한 윤중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새로운 제안과 비판의 목소리를 잘 담아 앞으로 서울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디딤돌로 삼겠다”고 했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