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내 경기 진단이 한층 어두워졌다. 성장하거나 움직여야할 내수 흐름이 ‘정체’되어 있다는 표현을 썼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0일 ‘KDI 경제동향’ 10월호를 내어 “우리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 감소와 고용 부진으로 인해 내수 흐름은 정체되어 있는 모습”이라고 총평했다. 연구원은 8월까지 경기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유지하다가, 9월엔 수출 증가세가 유지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으로 진단을 바꾼 데 이어, 이달에도 개선 추세 문구를 넣지 않았다. ‘정체’라는 표현도 올해 들어 처음 나왔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에 이어 경기 하방 위험은 커지고 있는데 정점을 지나 경기가 내려가는 게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정점에 걸쳐 있는 모습을 ‘정체’라고 썼다. 이 상황이 오래 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이 매달 발간하는 경제동향에는 이 연구원의 단기 경기 진단이 담긴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과 함께 정부 쪽 경기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연구원은 수출의 경우 추석 명절연휴에 따라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134억2000만달러)보다 감소한 97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기계류(-18.1%)와 건축 부문(-7.8%)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취업자 증가폭이 미미한 가운데 고용률이 전달 대비 0.1%포인트 하락하고 실업률은 전달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 생산을 중심으로 전달(1.3%)보다 증가폭이 소폭 확대된 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도체(13.6%)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자동차(9.6%)가 기저효과를 통해 증가로 전환했다. 소매판매액은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증가세가 유지되었으나, 서비스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 개선 흐름은 완만한 것으로 연구원은 판단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하 종료 등으로 전달(1.4%)보다 높은 1.9% 상승했다.
연구원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뒤 실시한 부동산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전문가 102명 가운데 46%는 1년 뒤 서울 주택매매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비수도권 집값에 대해선 51.0%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전문가의 46.1%는 1년 뒤 서울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비수도권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한 이는 12.7%에 그쳤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