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 3법’(이하 3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신기술과 서비스는 최대 4년 동안 규제를 면제받게 됐다. 정부·국회는 ‘혁신성장’ 정책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시민·사회단체 쪽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까지 배제하는 광범위한 특례 도입은 위험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하위 법령 마련과 제도 시행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렸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기술 분야 규제 샌드박스 3법은 산업융합법·정보통신융합법·지역특구법 일부 혹은 전부 개정안이다. 산업융합법과 정보통신융합법은 공포 뒤 3개월, 지역특구법은 6개월 이후부터 시행된다. 핀테크 분야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담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 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들을 총괄하는 행정규제기본법은 여야 이견으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규제 샌드박스란 어린이에게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처럼, 사업자가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사업성과 시장성을 판단해볼 수 있도록 관련 규제의 일부 혹은 전부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3법에는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이 명문화돼 있다. 사업자가 정부에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정부는 심사를 거쳐 임시허가·실증특례 2년(1회 연장 가능) 동안 관련 규제를 유예해주고,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규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임시허가·실증특례 기간 동안 관련 법령을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할 의무를 부과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사업을 이어가는 데 지장이 없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에서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해보자”며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산업계는 대체로 3법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존 규제와 어긋나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카풀(승차공유)·자율주행차 쪽 사업자들은 일정 구역·기간·규모에 맞춰 시범사업이나 실증 테스트를 해볼 수 있게 됐다. 3법에 따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으면 안된다’거나 ‘무인버스는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한 기존 규정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정보 보호 법제의 정비와 감독기구 일원화 없이 특례법으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은 공염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는 경우 소비자 동의를 구하도록 한 기존 규정에 예외를 둔다’고 명시한 지역특구법 제118조가 대표적인 ‘부실 입법’ 사례로 꼽힌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지난 4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각계 토론을 거쳐 의미가 모호한 ‘비식별화’ 개념 대신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의 개념을 활용해 개인정보 보호 법제를 정비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시민·사회단체로서는 법안 논의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같은 작은 기업이 사업 시행 과정에서 짊어질 부담은 여전히 커 3법 시행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크앤로의 구태언 변호사는 “진입규제가 풀린 건 긍정적이지만, 본인 확인제와 댓글 모니터링제 등 사업자의 책임으로 떠넘겨진 행위 규제는 여전하다”며 “이미 이윤이 나는 대기업이야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추가 규제완화 없이 규제 샌드박스만 활용해서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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