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4기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50)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경제체제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동의하는 지방자치단체장님들은 꼭 모시겠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단순한 경제 패러다임이나 경제조직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일이고,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단위는 기초자치단체라고 믿기 때문이죠.”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4기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 출범식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정원오(50) 서울 성동구청장은 인사말부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협의회는 ‘사람중심경제’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경제 정책에 뜻을 같이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짜인 협의 기구이다. 설립 첫해인 2013년 23개이던 회원단체 수는 이제 38개로 늘어났다. 사회적 경제를 밑돌 삼아 지방자치와 풀뿌리 역량을 키우자는 대의가 지역 곳곳에 스며든 까닭이다. 정 구청장을 출범식이 끝난 뒤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보기와 달리 유머 감각도 풍부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줄 알죠. 겸손한 친화력으로 사람들을 설득해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를 오래도록 지켜본 주변 인사들은 대체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무엇보다도 그가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지역과 청년의 접점을 넓히는 과정에 쏟은 노력과 땀을 잘 알고 있어서다. 헤이그라운드, 언더스탠드애비뉴 등 코워킹 스페이스가 위치한 성동구 성수동은 청년 소셜 벤처의 메카로 통한다. 약 250여 개의 청년 소셜 벤처들이 성동구에 터전을 잡는 데 정 구청장의 발로 뛰는 행정력이 한몫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청년 창업지원센터 설립과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한 것도 그의 몫이다.
“이왕이면 젠트리닥터로 불렸으면 하는데, 젠트리파이터로 자주 불리네요. 제가 파이터와 잘 어울리나 봐요?” 골목 상권의 임대료가 올라 저소득 임차인들이 지역 외곽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일컫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그가 민선 6기 구청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재선에 이른 지금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정책 중 하나다. 그에게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 ‘젠트리파이터’다.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 회장에
출범 5년 만에 회원단체 39개로
“일자리·소득불평등 등 사회문제
사회적경제에 해결 실마리 있어”
전국최초 젠트리 방지 조례 제정
지역 건물주 설득해 상생협약도
이유가 뭘까. 기초자치단체에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모두가 고개를 내저을 때, 정 구청장은 오히려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는 정공법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섰다. 2015년 9월의 일이다. 지역 건물주와 임대인들을 설득해 지역 상권 안정화를 위한 상생협약도 이뤄냈다. 협약에는 임대료를 연 9%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수동 전체 건물주 255명 중 60% 이상인 163명이 동참하고 있다. 올해엔 임대료를 내지 못해 쫓겨나는 상인들을 위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제공하는 안심 상가를 성동구 20개 동에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4기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 차성수 전 서울 금천구청장, 송경용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공동의장,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 황명선 충남 논산시장,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서울 성동구청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유영우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공동대표,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원장,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 김보라 민주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그가 특히 강조하는 건 지역 현장의 역량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등 지역사회 문제는 중앙 정부보다 지역 현장에서 해결책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권한이니, 예산 문제니 탁상 위에서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유독 주민 밀착형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다.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이 문화와 복지, 경제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 공유 공간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비어있던 구청 청사 1층 로비를 2만여 권의 장서를 갖춘 카페형 도서관으로 바꾸고 ‘책마루 도서관’이라 이름 붙였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역 밖으로 밀려나는 청년 소셜 벤처 기업가들을 위한 공유 공간도 마련했다.
그의 관심은 이제 현장과 사회적 경제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로 넓어지고 있다. “일자리, 소득 불평등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는 사회적 경제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랜 현장 경험은 지방자치단체들과 연대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열매를 맺을까. 정 구청장의 또 다른 도전에 기대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