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기획사 사주의 역외탈세 사례. 국세청 제공
#1. 국내 연예기획사의 사주 ㄱ씨는 국외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외국법인에 공연 업무를 위탁했다. 공연수익금이 OO억원이 나왔지만 이를 국내로 송금하지 않고 ㄱ씨가 만든 홍콩 페이퍼컴퍼니 명의계좌로 송금했다.
#2. 한 국내기업은 사주 자녀가 유학중인 국가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현지법인으로부터 해외시장조사 용역을 받는 것처럼 허위계약을 체결하고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송금했다.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사주 일가는 현지법인 명의의 신용카드와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국세청은 해외 현지법인과의 정상거래 위장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곳과 개인 28명 등 9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그동안 역외탈세 혐의가 큰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조사대상자를 선정했으나, 이번에는 해외투자·소비 자금의 원천이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일가, 고소득 전문직 등으로 검증대상을 확대했다”며 “의사, 교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펀드매니저와 연예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탈세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간 금융정보교환자료, 해외 현지정보 등을 종합분석해 조사대상을 선정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수법이 이전엔 주로 조세회피처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외소득을 미신고 하는 등 단순한 형태였으나, 최근엔 전문가집단의 조력 하에 한층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로 위장하거나,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명준 조사국장은 “로펌이나 회계법인이 일부 스트럭처(구조)를 짜준다. 어떤 방식으로 하면 적발될 확률이 적고, 적발되더라도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는지, 또는 역외 실체를 설립하는데 관여해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 시장이 있다”고 했다.
매해 국세청이 적발하는 역외탈세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2016년에는 228건을 조사해 1조3072억원을 추징했고, 지난해에는 233건을 조사해 1조3192억원을 추징했다. 2012년의 추징세액은 8258억원이었다. 국세청은 “해외 과세당국에 정보교환을 요청하고 현지 확인 등을 적극 실시하는 등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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