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일(현지시각) ‘꿈의 시총’으로 불리는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29조원)를 돌파했다. 설립 42년 만이며,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처음이다. 11년 전 첫 출시 이후 꾸준한 아이폰의 영향력과 디지털 서비스 부문의 호조세 등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190.29달러, 1일 201.50달러, 2일 207.39달러로 사흘 새 9.0% 급등했다. 2일 종가 207.39달러를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 총액은 1조17억달러(1131조원)에 달했다. 1976년 4월 스티브 잡스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지 42년 만에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애플은 1997년 한때 주가가 1달러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2001년 엠피(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출시하고,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앞서 2007년 상하이 증시에서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가 잠시 시총 1조달러를 찍은 적이 있지만, 중국 정부의 주식 통제책에 따른 결과였다.
지난 달 31일 발표된 애플의 2분기 깜짝 실적은 아이폰을 기반으로 한 애플의 성장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올해 2분기에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4130만대에 이른다. 시장 예상치 4180만대를 다소 밑돌았지만, 고가 모델인 아이폰텐(X) 비중이 상당해, 2분기 매출액(533억달러)은 지난해 2분기(454억달러)보다 17.4%나 증가했다. 2분기 순이익은 115억달러, 주당 순이익(EPS)은 2.34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1%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9월 아이폰텐을 출시하는 등 아이폰 출시 10년째를 맞아 애플이 선택한 고가 프리미엄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아이폰은 지난해 발생한 ‘배터리 게이트’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힘을 잃지 않고 오히려 자체 생태계를 강화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아이클라우드와 애플뮤직, 앱스토어 등을 통한 디지털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31% 늘어난 9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에서도 흔들림이 별로 없다. 올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14.3%로 지난해 동기보다 증가했다. 매출이 21% 증가한 결과다.
애플의 시총 1조달러 돌파로 미국 아이티(IT)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됐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티주인 페이스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20%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이어가자, 이른바 ‘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고, 미국 나스닥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15% 증가한 2640억달러, 704억달러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수치로 판단된다. 애플의 시가 총액 1위 자리 유지는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준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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