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낸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금리 인상을 내비쳤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받고 있다.
연준은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금리인 1.75∼2.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준은 다음달 금리인상 전망에는 힘을 실었다. 연방공개시장위 성명서를 보면, 미국 경제에 대해 지난 6월에는 ‘견고한’(solid)이란 표현을 썼지만 이달에는 ‘강한’(strong)이라 언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때 향후 물가상승압력 등을 고려해 다음 정례회의가 열리는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연준은 지난 3월과 6월 각각 금리를 인상했고,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를 올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 시장은 이제 한국은행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던 한은 금통위는 이달 31일 회의를 앞두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1.5%로 8개월째 그대로다. 미국 보다 낮은 금리를 0.5%포인트(상단 기준) 차로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경제 성장세가 잠재 수준 그대로 가고 물가도 2%에 수렴하는 전제가 된다면 기준금리의 완화된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통계청 6월 산업활동동향은 금통위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넉달 연속 감소한 설비투자는 2000년 12월 이후 18년만의 처음이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해 석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투자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획재정부가 경기전망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발표했음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를 바라보는 당국자의 우려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하반기 통화정책 결정은 대내 경기여건을 점검하며 기준금리 인상 유보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경기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을 지연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도 내놨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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