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폭염이 지속되면서 시금치·배추 등 채소값이 한달 전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농작물 성장 지연과 가축 폐사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비해 농축산물 수급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채소류 물가는 6월보다 3.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비 채소값 상승률은 지난 2월 16.7%를 기록한 이후 3~6월에 내림세를 보이다 이번에 반등한 것이다. 더위가 지속될 경우 병해를 입기 쉬운 농산물인 시금치 가격은 전달보다 50.1%나 뛰었다. 또 배추와 상추 값도 전달보다 각각 39%와 24.5% 올랐다. 무의 경우, 지난달 초순 개당 2078원 정도이던 가격이 하순에는 2428원에 이르는 등 점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복숭아도 전달보다 13.5% 오르는 등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제철 과일에서도 폭염의 영향이 일부 나타났다. 더위가 본격화된 7월 하순에 포도값은 평년가(최근 5년 새 최고와 최저 연도를 제외한 3년치 평균가격)보다 29%, 수박값은 20% 올랐다.
다만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늘고 있는 데 견주면 축산물 가격 오름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하루 전보다 32만5천마리 늘어난 323만1천마리에 이른다. 7월에 돼지고기는 전달보다 7.8%, 닭고기는 2.7% 올랐는데, 통상 여름 휴가철 육류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춰 보면 큰 오름폭은 아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보다 가축 사육 마릿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폭염으로 가격 오름세가 우려되는 일부 농산물에 대해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수급 대책에 나서기로 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배추는 당분간 비축물량을 하루 100~200t 수준으로 집중 방출하고 무는 계약재배 물량 3500t을 활용해 물량이 조기 출하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복숭아·수박 등 제철 과일에 대한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무도 시중가격보다 40~50% 할인된 값으로 팔고 있다”고 밝혔다.
채소값 등이 체감 물가수준을 끌어올렸지만, 7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한해 전보다 1.5% 오르는 데 그쳤다. 유가 상승으로 말미암아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2.5% 뛰었고, 외식비(2.7%)를 비롯한 개인서비스요금은 2.2% 올랐다. 체감 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5% 상승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0%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