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북한 나진선봉특구 수채봉수산사업소에서 중국으로 수출할 오징어를 처리하고 있는 북한 여성 노동자들. 이토 다카시 제공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속에 지난해 북한경제가 -3.5%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0일 “2017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1997년(-6.5%) 이후 최저치”라고 밝혔다. 항목별로는 전년도 큰폭으로 증가했던 광업(8.4%→-11%), 전기가스수도업(22.3%→-2.9%)이 감소로 전환한 여파가 컸다. 제조업(4.8%→-6.9%)과 농업(2.5%→-1.3%)로 역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신승철 팀장은 “2015년에는 가뭄이 있었지만 2016년에는 비가 적당히 내려 곡물생산량이 늘고, 전력생산과 대외교역도 호조를 보이면서 (1999년 6.1% 이후 최고치인) 3.9%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다시 가뭄이 들면서 곡물생산과 수력발전량이 줄어들었고, 석탄 등 광물 생산이 많이 감소하고 중화학공업 생산도 원료 부족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6조6천억원으로 전년(36조4천억원)보다 0.7% 늘었지만, 남한(1730조5천억원)과 격차는 45.3배에서 47.2배로 확대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146만4천원으로, 남한(3363만6천원)과 격차가 22배에서 23배로 확대됐다.
북한경제의 뒷걸음질에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큰 역할을 했다. 2016~17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국제사회 제제 강도도 갈수록 강화됐기 때문이다. 유엔(UN·국제연합)의 2016년 3월 채택한 결의안(2270호)을 통해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금지했지만 민생목적은 제외했는데, 그해 11월 채택한 결의안(2321호)에서는 북한 석탄 수출에 쿼터제를 도입해 상한선(4억달러 또는 750만t)을 뒀다.
이어 지난해 8월 채택한 결의안(2371호)에서는 북한 석탄과 철, 철광석, 납, 납광석 등 광물 자원과 수산물 수출을 예외 없이 금지했다.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숫자를 동결하고, 북한과 합작사업 신규 또는 확대도 막았다. 이어 9월 채택한 결의안(2375호)에서는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을 연 400만배럴로 동결하고, 정유제품 수출도 55% 감축했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신규계약도 막았다.
그 결과 북한의 지난해 대외교역 규모도 55억달러로 전년(65억3천만달러)보다 15%나 줄었다. 특히 수출이 17억7천만달러로 전년보다 37.2%나 줄었고, 수입은 37억8천만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신 팀장은 “북한 제재가 석탄 등 주로 북한의 수출을 막는 것이었는데, 지난해 원유와 정유제품 수입 제재가 시행되면서 8월부터는 수입도 전년보다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 시행으로 올해 북한경제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하반기부터 원유 수입제한 등이 적용됐지만, 올해는 1월부터 시행되고 있어 1~5월 사이 수출과 수입이 각각 87%, 40%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1991년부터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들로부터 매년 북한 경제활동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제공받아 분석한 뒤 문가 검증 과정을 거쳐 북한 경제성장률을 발표해왔다. 신 팀장은 “북한의 경제성장률이나 산업구조, 경제규모 등을 우리나라의 가격과 부가가치율로 비교해 산출한 수치여서, 이 지표를 다른 나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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