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긴급경제현안간담회를 열어, 고용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논의를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사진.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밑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쳤던 2010년 1월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이후 넉달 연속 고용부진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동과 경기 요인이 겹쳐 단시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한해 전보다 7만2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1월 33만4천명을 기록한 이후 2~4월 석달 연속 1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급기야 5월에는 10만명 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살)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등 주력업종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우선 5월 취업자 증가폭이 7만2천명에 그친 데는 제조업 고용부진의 영향이 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년 전보다 7만9천명 감소했다. 제조업은 2016년 하반기부터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12개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하다가, 지난해 6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11개월만인 올해 4월에 다시 6만8천명 감소하더니,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더 커졌다. 한국제너럴모터스(GM) 군산공장 폐쇄 등 자동차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데다 조선업 업황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전체 취업자의 16.7%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휘청하면서, 고용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은 관련 산업이 많아서 자동차판매업 등 도·소매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져온 도·소매업(-5만9천), 숙박음식점업(-4만3천) 등도 지난달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숙박·음식업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 영향이 누적돼 회복이 더디고 도·소매업은 과당경쟁 탓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7천명 증가했는데, 직원을 두지 않는 ‘나 홀로 자영업자’는 3만5천명 줄어든 반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4만2천명 늘어난 결과다. 빈 과장은 “숙박·음식업 취업자 수 감소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이뤄졌고 지금보다 더 취업자 감소 폭이 켰던 시기도 있어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의 영향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부진도 두드러진다. 건설업의 취업자는 지난달 4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11만9천명씩 취업자 수가 늘어났던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건설경기와 관련이 깊은 부동산업과 사업시설관리도 각각 2만명, 5만3천명 감소했다. 주택 준공 물량이 줄었고 통계 조사 시기에 집중 호우가 쏟아진 영향이다.
연령별로는 20대 초반 취업자 수는 10만6천명 줄었고, 노동시장 진입 연령인 20대 후반은 8만1천명 늘었다. 청년(25~29살) 고용률은 한해 전보다 0.3%포인트 떨어진 47.7%, 실업률은 1.3%포인트 올라간 10.5%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은 23.2%였다. 통계청은 지난해 6월 치러졌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 일정이 올해 5월로 앞당겨지면서 경제활동참가인구가 늘어났고, 이것이 청년 실업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대 초반 고용률이 감소한 것은 제조업의 고용사정이 부진해 고졸자를 흡수하지 못하고 숙박·음식업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임시노동자는 11만3천명, 일용 노동자는 12만3천명 감소했다. 상용직은 32만명 증가하며, 16개월째 30만명 이상 증가 폭을 이어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용직 증가 폭은 비슷한데 임시·일용직, 특히 일용직의 감소가 가팔라지고 있어, 정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고용관련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여는 등 최근 고용부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김 부총리는 “이번 고용동향은 매우 충격적이다. 경제팀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지만 기업과 시장에 대한 펌핑(지원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령층과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도·소매 숙박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기 요인에다 인구구조 문제까지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고용여건이 급격히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월 생산가능인구는 한 해 전만해도 2만8천명 증가했는데, 올해는 외려 7만8천명이줄었다.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달 15살 이상 인구도 23만8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15~64살 고용률은 67%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지만, 노인까지 포함한 전체 고용률은 61.3%로 0.2%포인트 줄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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