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비롯한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제로(연 0~0.25%) 수준으로 끌어내렸던 기준금리(연방기금 목표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부터다. 연준은 이듬해 12월 한번, 2017년에는 세번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인상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3월에 이어 6월 12~13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1.75~2.0%가 됐다. 기준금리가 연 2%대로 오른 건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공개시장위원회 참석자들이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써낸 것을 보면, 올해에만 추가로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쪽에 의견이 모여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올해는 세차례 금리인상이 있을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네차례 인상으로 바뀐 것이다. 올해 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9월과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에 이르게 된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하는 것은 경기과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연준은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8%로 올려잡았다. 지난 5월 미국 실업률은 18년만에 최저치(3.8%)로 떨어졌는데, 내년에는 50년만의 최저치인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연준은 예상했다. 이렇게 낮은 실업률이 갑작스레 물가를 끌어올려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 예방적 조처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속도를 내면서 일부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7일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받기로 했다. 터키의 리라화는 올들어 13일까지 21%, 브라질 헤알화는 1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8%, 인도 루피화는 6% 가량 각각 떨어지며 자금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올려 대처하고 있으나, ‘긴축 발작’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4일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QE) 중단을 논의하는데, 통화긴축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1.5%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올린 뒤 계속 동결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상한선보다 0.5%포인트 낮다. 한은은 가만히 있고 미 연준만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높은 수준이 된다.
국내 요인만 보면, 가계부채 증가폭이 다시 커가는 게 우려스럽지만, 고용사정이 좋지 못하고 물가상승률은 1%대여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금리차가 더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리차 말고도 다른 변수가 많아 (미국의) 한두 차례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미간 금리차가 1%포인트에 이르면, 1년 이상 (우리가 금리를 안 올리고) 버티는 건 무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퍼지며, 13일 미국 다우지수는 0.47% 떨어졌다. 14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0.99%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4700억원어치가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폭(-1.84%) 떨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83.1원으로 5.9원 올라 원화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정남구 이순혁 한광덕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