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대구 달서구 야외음악당로에 있는 대구해올중고등학교 대송사회적협동조합 시청각실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6·13 지방선거 대구사회적경제 교육 관련 정책협약식’이 열렸다. 6·13 지방선거 대구 사회적경제 연대회의 제공
6·13 지방선거가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선거라고는 하지만, 지난 8~9일 이틀간 열린 사전투표에는 약 814만명이 참석해 투표율이 20.14%로 집계됐다.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한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11.49%)와 2016년 총선(12.19%)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교육감 선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에 대해선 ‘잘 모름’ 혹은 ‘지지 후보 없음’이라는 응답률이 50%에 이르렀다. 교육감은 ‘교육 소(小)통령’으로 불릴만큼 지역 교육계 전반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다루는 예산은 연간 60조원이 넘는다. 또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37만명에 대한 인사권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는 4년간의 교육 방향을 지역이 함께 논의하는 장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와 교육, 한몸으로 연계돼야
교육과 관련한 여러 중요한 논의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얼핏 사회적경제와 교육은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이라고 하면 지역발전계획(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참여하거나 사회적경제 제품 공공구매 활성화, 사회적경제 창업·육성 정책을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회적경제 정책 협약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주로 이뤄졌다. 실제 2013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활성시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돼 사회적경제를 통한 많은 변화를 곳곳에서 이뤄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장만으로는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없다. 사회적경제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또한 경쟁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경제와 교육의 연계성은 강화돼야 한다. 김혜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초중등 학교에서의 사회적경제 교육 방식에 대한 연구>(2015)에서 학생들이야말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이끌고 윤리적 소비를 맡을 미래세대임과 동시에 (사회적)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협동의 가치와 민주의 가치를 배워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혁신과 관련해서도 교육과의 연계성에 점차 주목하고 있다. 사회 혁신의 대가 제프 멀건 네스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혁신 사상가로 꼽히는 브라질의 로베르토 웅거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흐름을 세 가지로 정리 중”이라면서 그 중 하나로 교육을 꼽았다. “청소년을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이자 메이커(maker·창작자)로 키워내는 교육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곳곳에서 교육감 후보 협약식 열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처럼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꾸려지지는 않았지만, 2009년 당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현 교육부장관)을 시작으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2010년에는 진보 교육감이 6명 당선됐고, 2014년에는 17개 지역 중 대구·울산·경북·대전을 제외한 13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됐다. 이에 따라 혁신교육, 마을교육공동체가 적극적으로 도입됐다. 이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삶에 바탕을 둔 교육, 지역과 만나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의미했다. 크게 보면,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공동체와 삶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서울·경기·대전·세종·제주·경북 등에선 교육청의 사회적경제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가 제정되면서 교육청의 공공구매에도 사회적경제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서울교육청은 2015년 ‘교육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사회적경제 교육과정·교재개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 촉진을 통한 사회적경제기업 활성화를 지원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2016년 제3회 우수 사회적기업 어워드에서 ‘사회적기업 활성화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도 진보 교육감 후보가 약진하는 추세다. 2014년과 달리 울산, 대전도 진보 교육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협의회가 교육감 후보들을 상대로 사회적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는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 후보와 사회적경제의 교육정책 적극 반영 및 민주·복지시대의 지역사회 구현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진행했다.
한 명이 아닌 모든 후보들과 협약을 체결하는 지역도 있다. 어느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느냐와 상관없이 교육청에서의 사회적경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주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선거 후보 2인에게 정책제안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제주형 사회적경제 교육 및 지원 시스템 강화 ▲제주지역 사회적경제 제품 구매 활성화 ▲학교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활성화 방안 마련 및 설립.운영 지원 ▲학교 유휴자산을 활용한 사회적경제 방식의 사업 활성화 지원 ▲사회적경제형 인재 양성 지원 등 5개 의제에 대해 후보자 전원이 대체적으로 찬성의견을 보나타냈다. 대구에서도 지난달 30일 ‘2018년 6·13 지방선거 대구사회적경제 교육 관련 정책협약식’이 열렸다. 지난달 11일 열린 ‘6·13 지방선거 사회적경제 정책 토론회’에서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 집행위원장은 전국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의견을 모아 도출한 7대 공통 정책을 후보들에게 제안했는데 여기에도 ‘미래세대와 함께 지역의 희망을 만드는 사회적경제’가 담겨 있다.
새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가 적극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단순히 저성장 시대의 사회적 일자리 늘리기해법의 차원만은 아니다. 각자도생이라는 경쟁중심의 삶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공생의 삶으로의 전환이다. 사회가 바뀌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교육감들이 열어가는 협동의 교육을 기대해본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