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최저임금 오르면 뭐해?” 공공입찰 더 외면받는 ‘납품가 현실화’

등록 2018-06-05 09:25수정 2018-06-06 00:29

작년 하반기 인건비 조사해 올 상반기 적용하는 구조
최저임금 인상 납품가 반영 민간보다 6개월~1년 지연
“정부 선도 약속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부디 중소기업에게 정당한 납품단가를 보장해주십시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대한상의에서 주요그룹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현실화는 정부가 요즘 총력을 쏟고 있는 과제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서다. 중기부는 앞으로 납품단가 관련 불공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조사를 수시로 펼치고,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통제하는 공공부문에서부터 납품단가 현실화가 더 시급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요구다. 인건비 부담 증가가 납품단가에 반영되는 속도가 민간 하도급 시장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더 느리다는 것이다. 정오균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는 “회원사 130여곳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해보니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평균 2~3% 원가 상승 요인이 생겼는데, 공공 수주물량 납품가격에는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인건비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임금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계약법과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르면,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중소기업과 거래에서 납품단가를 산정할 때 중소기업중앙회의 전년도 ‘직종별 임금조사’ 결과를 반영하게 돼 있다. 중기중앙회는 1990년부터 위탁조사기관으로 지정돼 118개 직종의 7~8월 평균노임을 파악해 해마다 10월에 발표한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공공부문에서는 인건비 변동분 반영이 민간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가령 올해 1월 이후 공공기관과 납품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 전인 지난해 평균노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정한 납품단가에 만족해야 한다.

공공부문 납품가격에 인건비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않으면 노동의존도가 높은 영세 중소기업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공 노임단가보다 최저임금이 더욱 빠른 속도로 오르기 때문이다. 올해 공공계약에 적용되는 평균노임 상승률은 4.8%로, 최저임금 인상률 16.4%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2012년 이후 7년 동안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평균노임 상승률은 연평균 3.9%에 머문 반면에 최저임금은 연평균 8.3% 올랐다. 또 하루 8시간 일급 기준으로 평균노임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은 2012년 59.1%(최저임금 3만6640원/평균노임 6만1964원)에서 올해는 77.2%(6만240원/7만8014원)까지 치솟았다. 납품업체 처지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률이 남품단가 인상률을 크게 웃돌면서 갈수록 수익성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최근 공공계약의 노임단가와 관련한 개선방안을 내놓기는 했다. 평균노임 조사 주기를 상·하반기 연 2회로 늘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즉시 반영되도록 한다는 게 뼈대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실제 인건비 변동분이 6개월가량 늦게 반영되는 한계는 그대로 남는다. 게다가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신속하게 인건비 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방법도 없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달 7일부터 최저임금과 시중노임 상승분을 공공발주계약에 반영하는 조항을 마련했으나, 단순노무 용역계약에만 적용될 뿐이어서 중소 제조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청소, 경비, 시설관리 같은 용역계약은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공공조달 시장의 1%도 채 안 된다.

인천의 한 주물회사 대표는 “공공기관 계약담당자들은 현행 법령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규격 변경 외에는 납품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건비 부담 증가를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말로는 ‘중소기업 납품가격 현실화에 공공부문이 선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 반도체 1분기 ‘적자전환’ 전망…연간 영업익 ‘반토막’ 가능성 1.

삼성 반도체 1분기 ‘적자전환’ 전망…연간 영업익 ‘반토막’ 가능성

“총수 위한 삼성 합병 증거들 전혀 활용 안 돼…사실상 면죄부” 2.

“총수 위한 삼성 합병 증거들 전혀 활용 안 돼…사실상 면죄부”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3.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HD현대중·한화오션·삼성중, 지난해 대폭 흑자…올해도 ‘순풍’ 4.

HD현대중·한화오션·삼성중, 지난해 대폭 흑자…올해도 ‘순풍’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2월 기준금리 인하 어렵다 5.

원-달러 환율 1500원까지 오르면 2월 기준금리 인하 어렵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