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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술 탈취한 대기업 돈·로비 공세…피해기업 승소는 ‘별따기’

등록 2018-05-23 07:23

대기업이 개별 연구자의 특허를 침해하거나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과 로비 탓에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피해 당사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더라도 최종 승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크론을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벌여 2012년 1심 재판에서 이겼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최종 공정에 쓰이는 ‘패키징 장비’를 한미 쪽에서 납품받다가, 갑자기 거래를 끊고 자회사인 세크론을 통해 납품받았다. 법원은 세크론이 한미반도체의 기술특허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 장비를 세크론에 보내, 같은 장비를 만들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크론은 또 다른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에 2012년 10월 합병됐다. 해당 사건은 한미반도체가 항소심까지 승소했으나, 지난해 8월 한미반도체가 소를 취하해 법적 분쟁이 종결됐다.

2005년엔 삼성전기가 중소기업 슈버가 개발한 휴대전화 특허기술을 모방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왔다. 슈버는 1999년 오토폴더 기술 개발에 성공해 2001년부터 삼성전자에 납품했으나, 2001년 말 삼성전자가 거래를 끊고 공급선을 같은 계열인 삼성전기로 바꿨다. 특허심판원은 삼성전기의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했으나, 슈버는 삼성전자의 거래중단 조처 이후 극심한 경영난과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도가 났다.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사실상 탈취당해도 문제 제기는 물론이고 법적 대응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대기업이 수십~수백명의 법무 인력을 갖추고 대형 로펌까지 동원해 대응하는 반면, 개별 연구자나 중소기업 등은 막대한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기술특허 침해 사실 자체를 입증하는 게 까다로운데다, 특허청이나 법원 등은 절차를 잘 따르고 근거를 튼튼하게 갖추는 대기업 쪽 논리에 기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헌재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09~2013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본안 소송 20건 가운데 중소기업이 이긴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기술유용사건 전담조직(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을 만들고 기존 공정위 직원 중 변리사나 기술직 등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신고에 의존한 기존 방식을 탈피해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미흡한 상황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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