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내년 초 지주회사 출범을 목표로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에 들어가겠다고 20일 발표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것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이 은행은 한때 금융지주 체제였으나 보험·증권사 등 계열사를 매각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2014년 지주회사를 해체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우리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 중 유일한 비금융지주 체제로 비은행과 글로벌 사업 부문 확대 제약 등 시장경쟁에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 금융당국의 인가와 주주총회 승인 등 절차가 남아 있으나 종합금융그룹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주회사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하지 못한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출자한도가 증가해 향후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 신탁 등 수익성 높은 비은행 사업에 다양하게 진출하고, 은행 개인 고객들에게도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업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광구 전 행장 시절에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정부 지분 상당 부분을 민간 과점주주에게 매각해 민영화 첫 단추를 끼운 데 이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으나, 이 전 행장이 채용비리 문제로 낙마하면서 한동안 사업 추진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일단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와 본인가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사 결과에 문제가 없어도 물리적으로 소요되는 최소 시간만 석달 정도 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예민한 다수 현안을 안고 있는데다, 우리은행 정부 잔여 지분에 대해 공적자금 회수율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과점주주 이사회 등과도 조율해야 할 사안들이 남아 있는 게 향후 속도내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 쪽은 “지주체제 전환 시 수익성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수 있어 자본효율성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며 주요 절차를 서두를 뜻을 밝혔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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