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모비스 신설법인(분할법인)과 글로비스간 적정 합병비율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0.61대 1(모비스 주식 1주당 글로비스 주식 0.61주 배정)보다 높은 최소 0.8대 1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병비율이 높아지면 모비스 주주들은 같은 주식으로 더 많은 글로비스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참여연대 주최로 16일 열린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 방안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홍순탁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은 모비스 전체 가치 23조1100억원 중에서 신설법인이 40%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7.7%에 달하고, 연결 재무제표로 계산해도 53.1%에 이른다”고 밝혔다. 홍 회계사는 “모비스 신설법인의 재산정된 가치를 반영하면 모비스 신설법인과 글로비스 간 적정 합병비율은 0.61대 1이 아니라 최소 0.8대 1 이상으로 높아진다”면서 “모비스 주식보다 글로비스 주식을 더 많이 가진 정몽구 회장 등 총수일가는 모비스 신설법인을 저평가해서 글로비스와의 합병비율을 불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최소 2700억원, 최대 350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이 사실상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도 지주회사 규제는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증손회사(합병 글로비스와 현대제철) 지분 100% 보유 의무 회피, 금융계열사(현대카드·캐피탈) 계속 보유 등과 같은 지주회사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상장법인(모비스)을 분할해서 인위적으로 비상장법인(모비스 신설법인)을 만든 뒤 다른 상장회사(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경우에는 언제든 총수일가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결정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대상에 재벌 계열사간 불공정 합병을 포함시키거나, 소액주주의 청구가 있는 경우 공정위가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보유 중인 자회사 주식의 합계액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이면 지주회사의 규제를 받는데, 자회사 주식의 평가방법을 원가(취득가)와 공정가격(시가) 중에서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대부분의 기업이 원가를 적용해 지주회사 적용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과거 소장을 맡았던 경제개혁연대도 2011년 이런 허점을 개선하라고 공정위에 촉구한 바 있다”며 공정위의 조속한 개선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이 보유하는 현대차 등 자회사 주식 합계액을 시가로 계산하면 전체 자산의 50%에 육박해, 현대차 주가 변동에 따라 지주회사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총수일가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과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주식을 교환하는데 따른 양도세 부담이 1조5천억원”이라면서 “총수일가가 글로비스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해서 2~3천억원의 이익을 얻으려고, 1조5천억원의 세부담을 감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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