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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평가 논란…주주들 표심은 어디로?

등록 2018-05-16 05:00수정 2018-05-16 20:00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29일 주총

참여연대 “향후 매출·이익 과소평가”
글로비스-모비스 1대0.61 합병 공방
정회장 일가 약 2600억원 이익 추산

지분 48% 외국인, 엘리엇 편들면 ‘험난’
‘9.82% 국민연금’ 또 캐스팅보트
모비스 주가 반등…시장선 부정적 전망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비스 주가가 반등하는 걸 보니 글로비스와 합병이 무산될 모양이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 한마디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최근 시장 분위기가 녹아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향방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8일 모비스를 투자·핵심부품 사업부(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 사업부(분할법인)로 쪼개, 분할법인을 글로비스에 합치기로 했다. 글로비스와 모비스 분할부문의 분할합병 비율은 1대 0.61(분할비율 0.21×합병비율 2.92)로 결정했다.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이들은 모비스 분할부문의 이익이 더 많고 수익성도 훨씬 높은데 분할비율은 거꾸로 존속부문에 유리하게 결정됐다고 말한다. 글로비스와 합치는 모비스 분할법인의 가치가 과소평가돼 모비스 주주에 불리해졌다는 얘기다. 모비스의 지난해 영업이익(1조9800억원) 가운데 분할법인 영업이익(1조4300억원)이 72%에 달한다. 그런데도 현대차그룹이 의뢰해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분할법인 가치(9조3000억원)는 존속법인(14조5000억원)보다 훨씬 작다. 참여연대는 “한발 양보해 존속법인과 격차가 적은 경상이익 비율을 적용해도 분할법인 가치는 12조3천억원으로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치보다 3조원 더 많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존속부문에 남아있는 현대차 지분과 현금 등 비영업자산가치(9조4천억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29.9%)이 모비스(6.96%)보다 훨씬 많아 글로비스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유리하다.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두 회사 모두 정 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상황도 모비스 주주가치 훼손에 영향을 준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정 회장 일가가 약 260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헤지펀드 엘리엇도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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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평가방법 때문이다. 모비스 분할부문의 수익가치는 미래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는 방법(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해 산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한 방법과 동일하다. 삼성이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은 반면 현대차는 가치를 축소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여러 변수에 대한 가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수익가치에 큰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분할법인(AS부품) 사업부의 향후 매출과 이익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사업부의 매출액은 최근 3년간 3~4%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은 추정 첫해인 올해 매출이 되레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금 상승률 전망치는 반대로 과대평가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계법인은 해외분석기관(EIU) 전망치를 적용해 올해 이후 임금상승률을 3% 이상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 사업부 임금은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줄었다. 수익은 낮추고 비용은 높이는 방식으로 분할법인의 가치를 하락시켰다는 논리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정체와 원화 강세가 모비스 분할부문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반박했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모비스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참석률이 70%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안건이 통과되려면 50% 안팎의 찬성표가 필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기아차(16.88%) 등 계열사를 포함해 30.17%다. 20% 정도의 외부주주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48%의 지분을 쥐고 있는 외국인들이 엘리엇에 동조하면 현대차그룹은 힘겨운 상황에 몰린다. 지분 9.82%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모비스·글로비스의 주가 흐름과 전망은 부결 가능성에 기울어져 있다. 모비스는 부결시 목표주가가 가결 때보다 높게 제시되는 반면, 글로비스는 그 반대다. 15일 글로비스 주가는 3.8% 급락해 합병안 발표 직전(3월27일)보다 낮아졌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의 최근 주가 흐름은 분할합병안의 부결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분할합병의 당위성을 주주들에게 설득하지 못한 탓”이라고 해석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현대차-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제안이 불합리한 합병비율에 직면한 모비스 주주의 공감을 꿀어내 반대표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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