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대외개방도(수입진입률)는 2000년대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 들어 정체기를 거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친 뒤 북한경제의 개방도가 2000년대에는 점차 확대되다가 최근 3~4년 동안은 되레 후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4일 ‘북한경제의 대외개방에 따른 경제적 후생 변화 분석’ 보고서(서울대 정혁·한국개발연구원 최창용·한은 북한경제연구실 최지영)를 내놨다. 보고서는 1996~2016년 사이 북한 대외개방도 변화와 이로 인한 경제적 후생 변화를 탐구했다. 유엔의 국제무역통계 사이트(UN comtrade), 국제통화기금 무역통계국(IMF DOTS), 코트라(KOTRA) 등 세 기관의 북한 수출입 통계와 남북교역 반·출입 통계, 북한 국내총생산(GDP) 추정치가 활용됐다.
보고서는 국내총수요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인 수입진입률을 통해 대외개방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1996년 13~18% 수준이었던 북한의 수입진입률은 1990년 10~12%까지 낮아졌다가 이후 상승세를 보여 2008년 19~30% 수준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광물 등 1차 상품값이 떨어지며 수출과 수입이 크게 줄어든 2009년 잠시 주춤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20%대 중반에서 정체됐다. 또 2015~16년에는 5%포인트가량 하락하면서 2016년엔 19~2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무역으로 인한 이익의 규모는 실질소득 기준 3.6~4.5% 수준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대외개방에 따른 경제적 후생은 1996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최근 하락세로 전환해 북한경제의 개방성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2006년 이후 시장자율화를 억제하는 등의 내부 조치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진 게 북한경제의 개방성 확대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필자인 최지영 한은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한·중·일이 북한의 3대 교역국인데, 일본과 한국이 각각 2007년, 2010년에 북한과 교역을 중단했다.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쪽 제재가 시작된 2017년 이후에는 개방도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180억달러 정도인데, 무역규모가 70억달러여서 개방도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는 낮지만,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높다. 다만, 교역의 90%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고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추정치인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