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카드승인액이 14% 증가하는 등 국내 민간소비 상황을 나타내는 속보지표들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투자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조정국면에 들어간 모습인데, 정부는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흐름 등으로 볼 때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기획재정부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1~2월 높은 기저 영향으로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전반적으로는 회복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최근 국내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민간소비 상황을 나타내는 속보지표인 4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1% 증가했다. 지난해 4월(3.8%)이후 한 자릿 수 혹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해 온 것에 견주면 큰 폭의 증가세다.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도 2월~3월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데서 4월 1.3% 증가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3월 중국의 관광제한조처 이후 감소세를 이어왔던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3월 11.8% 증가한데 이어 4월에는 58.8% 증가했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카드국내승인액의 경우 카드사 프로모션 등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지난해 4월 큰 폭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었다”면서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민간소비개선 흐름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와 관련이 깊은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지난 3월에 전달보다 2.7% 증가했다.
정부는 3월 광공업 생산이 2.5% 줄어들고, 설비투자가 7.5% 줄어드는 한편, 4월 수출이 1.5% 줄어드는 등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선 “세계경제 개선과 투자심리 회복에 힘입어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고광희 과장은 “철강관세 같은 일부 통상 이슈 해소와 남북 리스크 해소 기대감 등으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5월전망이 81로 장기전망치인 80을 상회하는 등 투자심리가 긍정적인 상황이고, 4월 수출 역시 여전히 500억달러를 상회하는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경기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과 관련해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당초 30만명 안팎의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을 20만명 초중반으로 낮춘 상황을 두고 고광희 과장은 “아직까지 지난해 말 정부전망(32만명 증가)을 수정해야할 상황까진 아니지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고용상황을 살펴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그린북을 발표하며 정부는 애초 종합평가 첫 머리에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받는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만 내놓았다가 뒤늦게 ‘전반적으로 회복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수정했다. ‘회복 흐름’이라는 단어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그린북에 명시적으로 표기됐다가 빠져버린 셈이라 정부가 경기 판단을 하향 조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자 뒤늦게 문구 수정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 쪽은 “특별한 의미를 두고 경기회복 문구를 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그린북에서 종합평가 첫 문구가 수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경기진단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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