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 청년임대주택부지인 강동구 성내동 87-1번지에 임대주택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도심 내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면서, 정부도 이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아파트 주민과 임대수익 하락을 걱정하는 민간임대업자 등 이해당사자에 따라 접근을 달리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집값 하락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선, 적극적인 주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병훈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총괄과장은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섰다고 집값이 하락한 사례는 없고, 오히려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선 이후 지역이 더 좋아졌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며 “이런 사례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2월 입주가 완료된 362가구 규모의 서대문구 가좌지구 청년행복주택이나, 지난해 상반기 입주한 890가구 규모의 오류동 행복주택의 경우 사업 초기에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현재까지 집값 하락은 없었다.
이에 비해 민간임대사업자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좀더 까다롭다. 주거비 인하라는 정책목표 자체가 임대사업자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탓이다. 특히 대학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할 경우 갈등은 더 크다. 이는 대학들이 대학 기숙사를 확충하려고 할 때도 똑같이 나타나는 문제다. 진현환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임대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는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청년들한테 계속 값비싼 월세를 감내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안전망을 제도적으로 다양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중인 집주인 임대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집주인이 엘에이치에 운영을 위탁하면, 엘에이치는 이를 리모델링해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대신 시세의 80%에서 위탁관리비 등을 뺀 확정수익을 집주인에게 지급한다. 진 정책관은 “사업 영위가 어려워 공공에 운영을 위탁하면 이전처럼 고수익은 아니더라도 안정적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하이마트 부지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 비대위가 붙인 안내문.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갈등 관리를 위해 토지 이용 등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형식적인 공청회나 공람이 아니라, 주민의견을 실제 청취할 수 있고 이를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도시계획 배심원제’(가칭)와 같은 공적 의사결정 기구 도입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경우, 이해관계자 동수 혹은 이해관계자가 배척된 제3자로 구성된 배심원을 운영해 결정을 하게 하고, 한번 결정이 되면 주민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도 이를 함부로 번복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토지에 대한 공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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