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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 지붕 한 가족 되니 힘이 ‘두 배’

등록 2018-04-11 18:41수정 2018-04-12 09:14

[더 나은 사회]
공동자금 모아 만든 공유공간 ‘나눔’
사회적 경제 조직 등 한 건물에 모여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 스케치 전경. 지난해 11월 광진주민연대는 회원과 입주단체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공유공간 ‘나눔’을 마련했다. 광진주민연대 제공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공유공간 ‘나눔’ 스케치 전경. 지난해 11월 광진주민연대는 회원과 입주단체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공유공간 ‘나눔’을 마련했다. 광진주민연대 제공
“보증금하고 월세 다 모아서 건물을 하나 사면 되겠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출발이었다. 북쪽의 냉기가 언 땅에 깔린 1995년 겨울, 사무실 걱정을 하던 광진구의 시민운동 및 사회적 경제 조직 대표들이 머리를 맞댔다. 누구 할 것 없이 팍팍한 살림에 매년 오르는 임대료가 걱정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지역 활동가들 월급은 밀려도, 얼굴도 모르는 건물주에게 월세는 꼬박꼬박 내야 해요. 우리 활동 터전이 지역인데 여기서 쫓겨날 순 없잖아요.” 민동세 광진주민연대 공동대표는 회고한다. 시민운동 단체들의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시민자산화’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른 지난해 11월 광진구 중곡동의 한 건물에서 광진주민연대의 공유공간 ‘나눔’ 개소식이 열렸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흰 타일로 덮인 아담한 건물이다. 광진주민연대 사무실을 비롯해 행복중심 광진생협, 더불어내과의원,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등 9개 단체가 터전을 잡았다.

여기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임차해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적 경제 조직이 모이는 쪽을 택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광진주민연대 소속 단체들이 10년에 걸쳐 이사를 했다. 한 건물에 모여 이제 좀 안정이 되나 했더니 임대인이 건물을 팔겠다고 내놨다. 위기였다. 하지만 민동세 대표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건물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광진주민연대 회원들을 중심으로 ‘안전한 둥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회원들 집에 있는 여유자금을 기금 형태로 받고, 은행 대출 이자를 후원해달라고 요청해 모두 3억3천여만원을 모았다. 은행에서 따로 5억7천만원을 빌리고 입주 단체들의 보증금 3억을 합쳐 12억원을 마련했다. 이 돈으로 작은 건물을 매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건물이 지구단위개발지역으로 묶여서 헐리게 된다는 통보를 구청에서 받은 것이다. 입주 단체들은 또 한번 예기치 못한 이주를 준비해야 했다.

새 건물을 매입해 이주하는 데 다시 7년이 걸렸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광진주민연대는 공유공간 ‘나눔’이라 이름 붙였다. 지하 1층 교육장과 3층 회의실은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해 지역 네트워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입주 단체들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건물 운영 현황과 관리 계획을 협의한다. 민동세 대표는 “우리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라며 “‘나눔’과 같은 열린 공간이 많이 생겨 지역 활동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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