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겨울올림픽 스웨덴과의 결승에서 김은정 선수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달 25일 여러 화제를 낳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났다. 88올림픽 이후 30년만에 열린 올림픽으로 겨울올림픽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0명이 참가했다. 138만명의 입장객이 방문했고, 대회운영에 있어서도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 반응도 뜨거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평창올림픽 폐회식 이틀 후인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008명에게 이번 올림픽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84%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의 여러 화제를 사회적경제와 연결지어본다.
먼저 구시대적인 색깔론 공세의 실패이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공동입장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놓고 ‘평양올림픽’이라며 정치적 공세를 펼쳤다. 올림픽 진행 중에는 북한 응원단의 응원소품에 대해 ‘김일성 가면’이라며 국민의당과 함께 트집을 잡았다. 올림픽이 체제선전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었다.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 모두 김 전 주석의 가면을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고, 처음 보도를 한 언론사 역시 오보를 시인하고 기사를 철회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은 막무가내로 우겼다. 철 지난 색깔론에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서도 색깔론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주의 경제’로, 협동조합은 북한의 ‘협동농장’으로 왜곡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함께 만들어 초중고교에 배부한 '사회적 경제' 교과서에 대해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어촌 마을의 남획 문제를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풀어가는 만화를 두고 자유시장경제를 ‘악’으로 사회주의경제는 ‘선’으로 편향되게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반박에 따르면 이 그림의 원전은 <조선일보>가 발행하는 <조선비즈>에 실린 것이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를 토대로 한다. 자유시장경제의 외부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공동체 협력 사례는 주류경제에서도 채택되는 방식이다.
이념 공세를 받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남북단일팀 구성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평창올림픽 특별법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지금 이념 공세를 펴는 김성태 의원과 장제원 의원 역시 공동발의자이다. ‘내로남불’과 집단 기억상실증을 바탕으로 한 이념공세의 동일한 패턴이다. 더 이상 구태의연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두번째로 평창올림픽의 최대 유행어 “영미! 영미!”를 낳은 한국 여자 컬링 대표 ‘팀 킴’이다. 10개국이 출전한 가운데 최하위권 8위가 랭킹 1위 캐나다, 랭킹 2위 스위스, 컬링 종주국이자 랭킹 4위인 영국, 거기에 중국과 스웨덴까지 연달아 꺾으며 파죽의 연승을 이어나가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라갔다. 비록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패했지만, 아시아 최고 성적인 은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랐고, 온 국민은 생소한 컬링에 빠져 청소기를 활용한 패러디 영상을 올렸다. 가히 신드롬이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본 종목으로 70%가 ‘컬링’을 꼽았다.
재미난 건 ‘팀 킴’의 시작이 방과후 활동에 있었다는 점이다. 경북 의성여고 1학년 시절의 김은정은 체육 시간에 ‘체험 활동'으로 의성에 새로 생긴 컬링장에서 컬링을 처음 접했다. 친구 김영미를 데려왔고, 당시 중학생이었던 '영미 동생' 김경애는 언니가 컬링을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하게 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번 선전에는 10년 전 중고등학교 시절의 우연한 체험이 있었다. 사회적경제를 얘기하며 모두 시민사회의 역량 축적과 저변 확대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지금 사회의 주축인 4050세대만이 아닌 1020세대에게 사회적경제가 쉽고 재미나게 다가오도록 해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모두 중요하다 말은 하지만 정작 1020세대를 위한 사회적경제 정책에서는 현재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사회적경제가 당장의 일자리에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고, 1020세대 교육을 주관하는 교육부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뒤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1020세대를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 체험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만이 아닌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정책 집행이 중요한 때이다.
다음으로 ‘팀워크 논란’이 일었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와 빙상연맹 파벌 논란이다. 공동 기록이 중요하고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에서 한 선수를 버리고 달려가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두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는 청원의 참여자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일 방영된
‘썰전’에서 유시민 패널도 "정실주의와 파벌의식이 충격적인 형태로 표출된 게 여자 팀추월 경기"라며 "국민들이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눈으로 봐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컬링 ‘팀 킴’에서 국민들은 관계를 통한 협업의 시너지를 발견하며 열광했다. 영미를 중심으로 영미 친구, 영미 동생, 영미동생의 친구 등 학연·지연·혈연이 긍정적으로 결합된 팀이였다.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경기가 아니기에 이들은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서로를 부르며 호흡을 맞췄다. “영미, 영미”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은 이러한 아름다운 어우러짐이 컸다. 반면 팀 추월 경기에서는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갖는 배타성이 표출되었다.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자원은 서로의 연결에서 오는 시너지와 신뢰를 통한 비용 낮추기의 사회자본이다. 현재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협치, 혁신교육지구, 사회혁신, 사회적경제 등등 다양한 정책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경제 내부의 자활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까지 넣으면 변수는 더욱 많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들이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비슷비슷함에도 각각 따로 따로 진행되기에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각 부처별 정책사업의 칸막이가 민간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모습이다. 때로는 부처 간 성과경쟁으로 전혀 사회적경제 답지 않은 모습도 펼쳐진다. 사회적경제가 국민들에게 ‘팀 킴’으로 비쳐질지 ‘팀 추월’로 비쳐질지는 지금부터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3월9일 열린 패럴림픽이 열흘간 이어진다. 패럴림픽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 대회로 1988년 서울 여름 올림픽 이후 올림픽 대회가 열린 그해 개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패럴림픽은 ‘사회 통합의 축소판’으로도 불린다. 사회적경제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경제를 꿈꾼다. 취약계층,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활동에서 소외되었던 이들도 함께 하는 통합의 경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국민주권 100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계층, 지역, 성별,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 사람 한 사람 당당한 국민”이 되는 과정이었다며 “빈부, 성별, 학벌, 지역의 격차와 차별에서 완전히 해방된 나라”를 제시했다. 사회 통합의 시대, 사회적경제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이다.
주수원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