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강현민(34·가명)씨는 6월에 있을 지방직 공무원 시험 공고를 보며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었다. 그동안 숱하게 좌절을 경험했지만 ‘공무원’은 놓을 수 없는 꿈이다. 그는 “특출한 능력이나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닌 입장에선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면 앞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일자리가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중소기업에 취업할까 생각해봤지만 근무강도가 높고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다시 공무원 시험준비로 돌아왔다”며 “정부 취업지원 사업도 찾아보니 열악한 일자리에 가는 경우가 많아 딱히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청년 일자리 대책이 나온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청년고용에 대한 보조금·세제지원 확대 등을 거론하며 종전과 차별화된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높은 진학률에 견줘 양질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누적된 구조로 인해 단기 대책으로 돌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경기회복으로 전반적인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유독 청년 고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 지난해 청년층(15~29살) 실업률은 사상 최악이었던 2016년에 이어 9.8%를 유지했고, 주된 취업연령대인 20대 실업률도 9.9%로 높았다. 첫 직장에 들어가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2015년부터는 30~34살에서도 고용률 감소와 실업률 증가추세도 나타난다. 일자리 문제로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른바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20대 후반(25~29살) 인구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39만명 늘어난 이후 2022년부터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어서 향후 3~4년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해온 현 정부로선 다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에는 전례없는 청년 일자리용 추경 편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추경 편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데 이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청년 일자리 추경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현재 30살 이상 단독가구에만 주어지는 근로장려금(EITC)을 20대까지 넓히거나, 현재 70% 수준인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소득세 감면 혜택을 100%까지 늘리는 방식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일정액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고용한 뒤 추가로 뽑은 청년의 임금을 지원하는 제도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 청년 1명만 고용하더라도 추가 고용자의 임금을 절반가량 지원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청년의 임금을 직접 보전하거나 세금을 감면해 중소기업 취업자의 실질 임금을 높이는 방식의 대책을 거론하고 있으나, 종전보다 얼마나 획기적인 내용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앞서 역대 정부도 꾸준히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해왔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최초의 청년실업 대책이 나온 이후, 지난 10년 동안에 나온 대책만 21차례에 이른다. 감사원 등의 자료를 보면 상담과 훈련, 취업알선을 제공하는 청년취업성공패키지는 이 사업으로 취업한 청년의 53.4%(2014년 기준)가 한달 임금 150만원 미만을 받는 등 저임금 일자리 알선 문제가 심각했다. 이명박 정부시절 급증했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경우 정부 지원금이 끊긴 뒤 6개월동안 정규직 고용이 유지된 경우는 전체의 58.2%(2013년 기준)에 불과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존 청년 고용 지원 제도를 손질하는 것 외에,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이 어떤 내용으로 담길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청와대 일자리 점검회의에 참석한 류장수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단기 일자리이더라도 현재와 같이 시급한 고용상황을 고려했을 때 안전시설 강화나 사회복지처럼 사회적으로 부족한 공공 영역을 채우는 직접 일자리를 만들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고 다시 청년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번에도 과거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반짝’ 성과를 내기 위한 단기 일자리 창출 방안이 주를 이뤄선 안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청년 고용률은 임시 일자리가 없어서라기보다 청년들이 가려고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 빚어진 문제“라며 “별도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빈번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임금격차 해소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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