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경쟁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중소기업 공동사업 활성화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내놓은 방안에 대해서도 중소기업들 반응이 차갑다. 업계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채택된 공동사업 활성화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한다.
28일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협동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협동조합 공동사업에 대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의 규제가 애초 정부 약속과 달리 풀릴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과 협동조합법 등 여러 법률에 근거해 업종·지역·사업별로 협동조합을 결성해 연구개발·구매·생산·판매 등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공정거래법이 협동조합 공동사업을 대부분 ‘부당한 공동행위’나 ‘짬짜미(담합)’로 간주하면서 실효성 있는 공동사업 추진 실적이 거의 없다.
물론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예외 조항은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사업자단체’한테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금지규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고 공정위의 심사를 거쳐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여러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신청한 공동사업 가운데 공정위가 예외 요건으로 인가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공정위 인가기준이 완화되거나 명확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동조합 공동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이런 실정을 고려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해 12월 정부·여당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중소기업계에선 ‘하나 마나 한 법개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개정안은 공동행위 금지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대상도 대폭 넓히는 등 일부 진전된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가지 단서 조항의 신설이 문제다.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불허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기준을 공정위가 고시로 정한다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법개정안은 중소기업협동조합에게 공동행위 금지규정 적용을 배제한다는 원칙만 내세우고 포괄적이고 애매한 조건을 달아 사실상 금지규정을 고수하는 순환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동안의 공정위 심사 관행으로 볼 때 공정위의 재량권에 의존한 상태에서는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재일 명지대 교수(법학)도 “법률 구조는 수범자가 쉽고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와 같이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인 단서 조항이 있으면 행정기관의 권한위임 범위가 너무 커져 결국 입법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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