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로널드 코언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 회장이 공동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23일 서울 더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B)’ 출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임팩트금융국가자문위원회 제공.
‘감옥에서 출소한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낮아지면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는 금융 상품이 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2010년 영국 피터버러시는 재소자들이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정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팩트 투자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자활 교육에 참여한 재소자의 재범률이 영국 전체 재범률 평균치에 견줘 7.5% 이상 낮아지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식이었다. 록펠러재단 등 민간재단 17곳에서 총 500만파운드(약 75억원)를 투자했고, 영국 법무부와 피터버러시가 프로젝트 계약 보증과 진행을, 재소자 상담 및 자활 교육은 비영리단체들이 맡았다. 2014년 종료된 이 프로젝트는 재범률을 9%나 낮추는 성과를 가져왔고 투자자들은 연간 3%의 수익률을 챙겼다.
‘임팩트 투자’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로널드 코언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 회장은 지난 23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재범률 낮추기 프로젝트와 같은) 임팩트 투자는 민간 영역에 흩어져 있던 사회적 역량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의 핵심인 사회가치기금은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
“재무적 이익을 추구할 뿐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투자은행이다. 정부와 사회적기업, 민간자선단체, 기업, 금융회사 등이 함께 참여한다. 예를 들어, 런던의 주거 불평등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방식은 이렇다. 저소득층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거나 노숙인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등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할 금융회사 및 투자자를 모은다. 한편에선 영국 정부가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참여를 독려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저소득층의 주택보급률 목표를 달성하면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챙겨주는 방식이다. 현재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영국의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 기관 44곳에 연간 1천만파운드(약 15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 사업의 평균 수익률은 4~6%에 이른다.”
―사회가치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영국의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현재 16억7천파운드(약 2조5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2008년 휴면예금법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서 15년 동안 잠들어 있는 휴면계좌의 자금을 공적인 목적에 이용할 수 있게 된 점이 주춧돌이 됐다. 이를 통해 빅소사이어티캐피털도 2012년 휴면예금 계좌 4억파운드 등으로 투자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미 휴면예금으로 미소금융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임팩트 투자를 일으킬 수 있는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느냐가 과제인데, 투자 재원을 다각화해 어떤 한곳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 공적연금, 기업 사회공헌기금, 시민출자 등 다양하다. 중립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잘 찾아나가길 바란다.”
―임팩트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있어,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
“임팩트 투자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돈의 구조와 흐름이 결정된다. 모두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정부가 촉매제 구실을 해야 한다. 공제조합과 연기금과 같은 공적자금, 기업 재단 및 기부금을 포함해 일반 투자자들이 임팩트 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적극적인 입법 정책도 필요하다. 기존의 금융·경제 시스템을 뒤바꾸는 게 아니라, 자본이 임팩트 금융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도 중개기관, 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 비용의 3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간이나 사회적 경제 조직의 인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들도 위험과 수익, 사회적 영향력(임팩트)을 함께 고려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자본주의나 신자유경제체제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안전하고 공정한 세상을 열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3일(금) 오후, 서울 더 프라자호텔 오크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임팩트 금융 시장 조성을 위한 아시아 각국의 노력은?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일본이 각국 상황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각국 정부들이 직접 이니셔티브를 갖고 임팩트 투자 시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휴면계좌 활용법이 국회를 통과시켰고, 일본재단의 기부금과 더불어 임팩트 투자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인도는 대기업의 수익 2%를 공익활동에 사용하도록 하는 기업의 사회책임(CSR) 의무화법을 마련해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한국은 ‘사회가치기금’이라는 임팩트 금융 도매금융을 아시아 최초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포르투갈에 이어 세 번째다. 성공한다면 임팩트 금융에 관심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이니셔티브를 선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임팩트 금융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은?
“임팩트 투자의 선두 국가라 할 수 있는 영국도 아직까지 주류 금융시장에 견주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임팩트 투자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혜택을 받도록 하는 데 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데서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약 66억8천만파운드(10조원)를 넘는 돈이 사회문제 해결에 지출되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영역에 흩어져 있던 사회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 것이 임팩트 투자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임팩트 투자란?
리스크, 수익, 사회적 영향력(임팩트)를 최적화해 모든 사람들과 지구 환경에 혜택을 주고자 하는 투자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가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기업의 투자를 회피하는 방식이라면,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뿐 아니라 빈곤, 장애, 아동, 성평등, 환경 등 사회·환경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와 소셜벤처가 투자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