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2년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한해 전보다 20% 이상 늘면서 소득분배 지표도 개선된 모습이다.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는 지난해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일 통계청의 ‘2017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물가상승 등을 고려한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431만3591원으로 한해 전보다 1.6% 늘었다. 2015년 3분기 이후 감소세를 보여오다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동향 조사는 조사 대상 가구가 직접 소득과 지출 등을 작성해 제출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 소득 누락 등 자료의 정밀성을 두고 논란이 있어왔지만 다른 소득지표에 견줘 분기 단위로 신속한 동향 파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질소득을 유형별로 보면, 사업소득(91만5016원)과 재산소득(1만7903원)이 각각 1년 전보다 6.9%와 7.9% 늘었다. 이전소득(45만3722원)도 한해 전보다 8.5%나 증가했다. 김정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추석이 3분기에서 4분기로 이동한 가운데) 고령층을 중심으로 추석 때 가족에게 용돈을 받는 이들이 늘고 국민연금 수급 대상이 늘어나는 등의 영향으로 이전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소득의 경우엔 조사 대상 가구 가운데 주택 임대소득자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근로소득(284만4902원)의 경우 한해 전보다 0.6% 감소했는데, 지난해 1~3분기(0.7~2%)보다는 감소폭이 둔화된 편이다.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과 관련해,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계소득(명목기준)은 월평균 150만4820원으로 1년 전보다 10.2%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근로소득은 68만1363원으로 20.7% 늘었다. 1분위 근로소득 증가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2016년 4분기 경기침체로 취약계층 근로소득이 급감(-12%)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다 지난해 일자리 추경 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인웅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저소득 가구에 많이 포진된 고령층이 정부의 추경 일자리 사업 등을 통해 근로소득을 얻게 되면서 1분위 소득 증가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득 상위 20% 계층인 5분위 소득이 1분위에 견줘 몇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가처분소득 기준)은 4분기에 4.61배로 한해 전(4.63배)보다 다소 개선됐다. 소득 5분위 배율 지표는 2016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악화돼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질소득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소득이 늘어난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소식”이라며 “1분위 소득 증가에는 추경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가계지출(실질) 가운데선 비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비경상 조세가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근로소득세와 사업소득세 등 경상조세가 0.6% 증가한 반면, 양도소득세와 부동산 취득·등록세 등 비경상 조세는 66.5% 감소했다. 이에 대해 황인웅 과장은 “분기만으로는 분석에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며, “비경상 조세의 경우 액수가 크지 않아 변동성이 크지만 투기를 억제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영향도 다소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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