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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적 가치’ 모르면 공공기관장 못하는 시대 왔다

등록 2018-02-12 16:46수정 2018-02-12 17:15

HERI의 눈
분석: 공공기관 경영평가 어떻게 바뀌나?
효율성 위주 탈피, 책임성 및 공공성 강화 초점
평가단 구성, 보상 시스템도 올해 안 손보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올해 들어 국내 공공기관(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최대 관심사는 ‘사회적 가치’이다. 공공기관이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안이 지난해 12월 말 발표됐기 때문이다. 제 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된 이번 개편안은 평가 지표뿐 아니라 평가 시스템, 사후관리까지 평가의 전 단계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는 이후 이를 ‘2018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반영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새 평가 방식에 의한 첫 경영평가가 나오게 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십년 동안, 경영 효율화를 중심으로 운영된 경영평가는 간접 고용 등 질 낮은 일자리 확산, 과도한 성과급 지급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해 불거진 대규모 채용 비리 사건은 공공기관의 공공성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크게 손보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다. 평가 지표의 평가 항목과 점수 비중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경영평가지표는 크게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으로 나뉜다. 경영관리는 전략, 조직 및 인사, 재무관리 등 공공기관의 경영 전반을, 주요사업은 공공기관의 개별사업을 평가한다.

자료: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 지표 개편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자료: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 지표 개편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경영관리의 최하위 평가 항목으로 5점만 주어졌던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이름이 변경되며 총 22점(공기업)이 배정됐다. 독립된 평가 항목으로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 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5개 하위 항목을 포함해 그 위상이 높아졌다. 사회적 책임을 경영 외 부수적인 활동으로 인식했던 기존 지표와는 달리,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요사업도 기존에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업과 기타 사업으로 분류해 평가하기로 했다. 특히 준정부기관의 경우, 주요사업 55점 만점 중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에 최대 35점까지 배정해 사회적 가치를 본업에 어떻게 담아내는가에 따라 경영평가가 좌우될 수도 있게 됐다.

공공기관 조직 내부 운영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조직인사 항목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및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 관리 효율성에 중점을 뒀다. 개편안은 삶의 질 향상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기관의 노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협력과 참여 항목을 신설해 공공기관이 국민의 참여와 소통을 어떻게 끌어낼지를 평가한다. 반면 경영 효율성과 정부 정책 실행력을 평가하는 지표들은 비중이 약화하거나 삭제됐다. 기관의 비용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인 ‘재무예산’은 조직인사 내 하위 항목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정권 맞춤형 사업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정부 권장 정책 실행 평가’도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의 또 다른 관심은 평가 시스템과 보수체계 개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경영평가 실행주체인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의 개선을 중심으로 한 평가 시스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별도의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하도록 하고, 경영관리 계량평가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경제 관료의 카르텔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평가단을 개혁하려면 국민 중심의 평가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공운법 개정을 통해 노동단체 대표나 시민단체 전문가 등 분야별, 직능별 단체의 공운위 추천을 제도화하는 것이 평가 시스템을 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가등급만 발표했던 기존 평가와는 달리, 주요 항목별 평가결과를 점수화해 공표함으로써 평가단의 책임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는 기관별로 이력 관리를 쉽게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영평가와 직결된 직원 및 기관장의 성과급 체계도 평가등급별 성과급 지급비율 차이를 낮추고, 절대 평가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편해 내년부터 실행키로 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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