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요 주주로부터 ‘아동·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방지 대책’을 요구받은 상황에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도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청소년용 스마트폰 중독 방지 앱 ‘마시멜로’를 출시했다 7개월 만에 중단한 상태이며, 엘지전자는 아예 아무런 활동이 없다.
최근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기금(CalSTRS)과 사모펀드 자나 파트너스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애플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 투자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들 기관은 전문가 위원회를 꾸려 실태 파악에 나서고, 사용시간 제한이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 캘리포니아기금은 이런 조처가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 부모의 스마트폰 제어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도 세계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에 스마트폰 중독 방지 대책을 요구한 캘리포니아기금은 애플 주식(19억 달러어치)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주식도 지난해 7월 기준 각각 31만주(약 6억3000만 달러), 9만5000주(약 660만 달러)를 갖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스마트폰 중독 방지를 위한 연구 지원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중독 방지 교육이나 연구 지원을 진행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전자도 같은 답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청소년 중독 방지 앱 ‘마시멜로 삼성’을 내놨다가 중단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 등을 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부모가 아이에게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삼성 쪽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테스트인 ‘마시멜로 테스트’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운영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4년 어린이용 스마트폰 앱 ‘키즈모드 삼성’을 내놨는데, 마시멜로 삼성을 키즈모드 삼성과 통합하려고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두 어플의 통합 시점에 대해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키즈모드 삼성은 0~7살 어린이 전용 앱이고 중독 방지 기능은 부가적이라는 점에서 삼성 쪽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사용자는 사용 후기에 “되게 좋은데 왜 서비스 종료하나요. 종료해야 할 이유 좀 말씀해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통신업체들도 관련 활동이 없는 상황이다. 에스케이(SK)텔레콤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 등은 교육 활동이나 캠페인 등은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에스케이텔레콤이 자사 고객을 상대로 어린이용 전용 ‘쿠키즈 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청소년의 휴대전화 중독은 점점 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과의존) 위험군이 2013년 25.5%서 2016년 30.6%로 5.1%포인트 늘었다.
국회에서도 스마트폰 중독 방지를 위한 대책이 논의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은 지난해 9월 어린이집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방지 교육을 의무화하는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경진 의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활동은 이들 회사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안선희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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