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뒤 아파트 경비 노동자 등 일부 해고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당·정·청도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영세사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한계 자영업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이 추가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3조원의 재정을 쓰기로 한 ‘일자리 안정자금’이 실질적으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책으로 작동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사업주들의 신청 상황을 지켜본 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기준을 완화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1월 급여를 지급한 뒤 사업주들이 신청하는 방식이어서, 월말에 신청이 몰릴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8일 현재 신청한 사업주는 600명 정도인데, 이는 대부분 지난해 12월 급여로 미리 신청을 한 경우여서 다시 증빙자료를 내야 한다.
추가 대책이 논의되면, 자금 지원의 1차적 기준이 되는 월 급여 190만원 기준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애초 정부는 최저임금의 120% 수준을 받는 노동자의 임금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과세 대상 소득이 월 190만원 이하인 노동자가 있는 사업주만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고 위협에 놓여 있는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경우 야근수당을 포함해 월 190만원을 더 받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은 시급을 기준으로 올라가지만 정부 지원은 월 급여를 기준으로 주다 보니 발생하게 된 문제다.
올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저임금 생산직 노동자(기본급 180만원 이하)의 경우, 야근수당 등이 비과세되지만 경비·청소 노동자 등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서에 노동시간을 함께 적도록 한 만큼 행정적인 보완을 거쳐 월급이 아닌 시급의 120%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소상공인 등의 요구를 바탕으로 이달 안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재벌 대기업이나 가맹대리점 본사 등이 나누어 지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좀더 폭넓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자영업 과당경쟁, 서비스업종 자동화 등과 맞물려 속도가 붙을 수 있는 영세사업자 구조조정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합친 비임금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전체 노동자의 25.4%에 달한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직후 자영업 과당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폐업 소상공인의 임금근로자로의 전직이나 재창업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할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한 단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노광표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 뒤 생산성이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자영업 폐업이나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부가 폐업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구체화하고 청년·여성·노인 등에게 쏠려 있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실업급여 및 전직 지원 강화 등과 같은 실효가 큰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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