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주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속세 물납 요건이 오는 4월부터 종전보다 더 까다로워진다. 또 내년부터는 골프연습장에서도 현금영수증을 의무 발급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핵심 내용들이다. 우선 정부는 현금이 부족한 납세자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물건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 한도를 축소한다. 상속받은 재산 중 현금과 같은 순금융재산과 현금화가 쉬운 상장주식 등으로 상속세를 먼저 내고 모자르는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기로 했다. 비상장주식 물납 요건도 강화해, 나머지 상속재산으로 세금 납부가 불가능할 때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부동산 등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면 그 액수만 제외하고 나머지로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상속세가 30억원인데, 상속받은 금융재산이 20억원, 부동산재산이 80억원이라면 상속세 물납은 금융재산(20억원)을 제외한 10억원만 가능하다. 또 1억원 저당권이 설정된 토지 40억원과 비상장주식 20억원을 상속받아 상속세 20억원을 내야 할 경우, 앞으로는 비상장주식이 아니라 토지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처럼 물납 요건을 까다롭게 한 것은 그동안 납세자의 현금 보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물납을 허용해 각종 ‘꼼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소유주 논란이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경우 최대주주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2010년 사망하자 부인 권영미씨는 상속세 415억원을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했다. 정부는 아직도 다스가 물납한 비상장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보유 중이다.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맞춘 세법개정 시행령도 마련했다. 1월부터 10인 미만의 상시노동자(최저임금 100~120%)를 고용한 과세표준 5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의 경우 사회보험에 새로 가입하면 2년간 50%의 세액을 공제하기로 했다. 야간근로수당 등을 비과세하는 생산직 노동자의 기준을 월급 150만원 이하에서 18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종료되고 대신에 새로 도입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계산식도 확정됐다. [기업소득×65%-{투자(1배)+임금증가(2~3배)+상생지원(3)}]×20% 또는 [기업소득×15%-{임금증가(2~3)+상생지원(3)}]×20% 중 선택하면 된다. 다만 기업소득 산정 때 3천억원을 최대치로 정했다.
4월부터는 편의점에서도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정부가 주세법 시행령에서 소규모 주류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음식점, 주점 등 영업신고를 한 사람만 소규모 주류를 만들 수 있다는 요건도 삭제했다. 수제 맥주의 생산과 유통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현행 58개 업종인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대상에 내년 1월부터 악기 소매업, 자전거 소매업, 골프연습장 운영업, 손발톱 관리 미용업, 인물사진 촬영업 등이 더해진다. 이들 업종은 소비자가 현금영수증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건당 10만원이 넘으면 꼭 발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강의료에 붙는 세금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현재는 기타소득 중 원고료, 강의료, 자문료 등에 필요경비율을 80%로 적용하지만, 4월부터는 70%, 내년엔 60%로 축소한다. 주택을 상속받아 기존 보유 주택을 파는 경우 1세대 1주택으로 봐 비과세를 적용했는데, 상속 전 2년 이내에 사전증여받은 주택인 경우엔 비과세를 배제하기로 했다. 4월부터는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과 현금 인출 금액도 건당 600달러를 초과하면 관세청에 통보한다. 현재는 분기별로 5천달러(물품+인출)가 넘는 경우에만 알린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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