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금융감독원이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삼성 특검이 1199개(4조5천억원), 최근 경찰이 200개(5천억원 추정)의 차명계좌를 발견한 데 이어 세번째다. 또 국세청은 경찰이 발견한 차명계좌를 이유로 이건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차명계좌 티에프(TF)’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상대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조사한 결과 최근 32개를 발견했다. 앞서 발견된 차명계좌처럼 32개 계좌 모두 삼성의 전·현직 임원 명의였다. 해당 계좌가 경찰이 최근 파악한 200개와 겹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지난 5월에는 삼성 쪽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270여개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 새로 발견한 32개를 제외한 240여개는 2008년 삼성 특검이 발견한 차명계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쪽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실명전환을 약속했음에도 여전히 차명계좌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10년 넘게 갖고 있던 차명계좌까지 최근 해지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재벌개혁 기조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삼성은 그동안 실명전환을 마무리했고, 다른 차명계좌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근 경찰이 발견한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삼성 관계자는 “2011년 국세청에 자진신고해 관련 세금을 납부해 차명계좌를 없앴고, 그 외 차명계좌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로 32개의 차명계좌가 파악되면서 삼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들은 2008년 당시 삼성 특검 조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경찰이 발견한 차명계좌를 근거로 이건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부당한 행위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조세범처벌법)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세청이 2011년 삼성으로부터 차명계좌에 따른 세금을 자진 납부 받으면서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뒷북 고발’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박수지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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