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1.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 안정세를 보였던 석유류 물가가 오른데 더해, 조류인플루엔자·기상악화 등 변수가 겹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 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1.9%올라 2012년(2.2%)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기상조건이나 국제상황에 따라 변동이 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물가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5.5%올라 올해 전체 물가를 0.44%포인트 끌어올리는 구실을 했다.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이 지난해보다 43.7% 올랐고, 어획량 감소로 오징어 값도 49.9% 올랐다. 가뭄과 장마를 번갈아 겪으며 지난 8월 22.5%까지 상승폭을 키웠던 채소류 물가의 경우, 이후 수급이 안정되며 올 한해 전체로는 1% 값이 내렸다.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내림세를 보였던 석유류 물가가 올해 7.7%오른 것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30일 감산에 합의함에 따라 석유류 물가는 앞으로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주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름폭이 컸던 올해 석유류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석유류제외지수는 작년보다 1.5% 올라 지난해(1.9%)보다는 오름폭이 둔화됐다.

정부는 유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낮은 1.7% 정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특히 농산물의 경우 생산 전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수급가격안정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물가의 구조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은 이날 1인가구·고령자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1인가구나 고령자가구가 주로 구매하는 품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작성한 통계다. 1인가구 물가는 올해 1.7%올랐고 고령자가구 물가는 1.8% 올랐다. 전체 물가상승률(1.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 과장은 “올해 주로 값이 오른 달걀이나 휘발유 등을 구매하는 비중이 전체가구에 비해 이들 가구가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011년~2017년까지 전체로 보면, 1인가구와 고령자가구 모두 평균 1.9% 물가상승을 경험해 전체가구가 경험한 물가상승률(1.8%)보다 높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