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의 걸림돌로 꼽히는 ‘장시간 노동’이 지난해 100인 미만 소규모 기업에선 외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일·가정 양립지표’를 보면, 지난해 직원 5명 이상 사업장의 월평균 초과 근로시간은 주당 12.7시간으로, 한해전보다 0.3시간 줄었다. 초과 근로시간이란 소정근로시간(최대 40시간) 이외에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을 통해 일한 시간을 말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초과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곳은 직원 100~299명 미만 중소기업으로, 주당 17.8시간의 초과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차츰 줄어드는 추세인 가운데, 지난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선 초과 근로시간이 한해 전보다 더 늘었다. 5~9명 사업장은 0.1시간이 늘어난 4.5시간, 10~29명 사업장은 0.5시간이 증가한 10.4시간, 30~99명 사업장에선 0.6시간 늘어난 17.4시간을 기록했다. 이에 견줘 300명 이상 대기업의 지난해 초과 근로시간은 13.7시간으로, 전년보다 0.7시간이 줄었다.
휴가를 떠나는 이들도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노동자들의 평균 휴가일수는 5.9일로, 2010년 7.5일에 견주면 1.6일이 줄었다. 그나마 하루라도 휴가를 다녀왔다고 한 이들은 전체의 64.2%에 그쳤다.
18살 미만 자녀를 가진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지난해 남편과 아내의 노동시간 격차는 8.1시간으로 0.1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살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구에서 남성 노동시간(46.5시간)과 여성 노동시간(35시간)의 격차는 11.5시간이나 벌어졌다. 이재원 통계청 사회통계기획과장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각종 유연근무제도를 여성 쪽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말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경우 남성 사용자는 2015년 170명에서 지난해 378명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2388명)에 견줘 크게 적다. 육아휴직제도 이용자 수도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가 8만2179명으로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세(0.3%)를 보였고 남성 육아휴직자가 7616명으로 56.3%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10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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