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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정위-국세청 ‘투트랙’으로 일감몰아주기 뿌리뽑는다

등록 2017-11-28 19:08수정 2017-11-29 14:49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결과

국세청 31건 107억 추징금 부과
과거와 달리 세정당국 적극나서
세금 안내고 ‘부의 대물림’ 철퇴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차원
국세청은 조세정의 차원서 대응 필요”
중소기업 ㄴ사는 자산 10조원이 넘는 ㄱ그룹 계열의 건설사에서 철물공사 하청을 받아 성장했다. 그런데 ㄴ사는 단순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ㄱ그룹 사주의 친족이 운영하는 위장계열사였다. 원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ㄱ그룹의 사주와 ㄴ사의 대표는 이를 숨겨왔다.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를 통해 ㄱ그룹의 사주와 ㄴ사의 대표는 상당액의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있다가 국세청 조사로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처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은 31건을 조사해 추징금 107억원을 부과했다고 28일 밝혔다. 2011년 상속·증여세법 개정으로 2013년 7월부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상속·증여세 부과 제도가 시행된 뒤 국세청이 대대적으로 관련 탈세 행위를 조사해 추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해온 배경에는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재산 상속이나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세정당국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적극 나서지는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 8월부터 내부에 ‘대기업·대재산가 변칙 상속·증여 검증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중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전에도 일감 몰아주기 신고가 들어오면 지속적으로 조사를 하고 일부 추징도 했지만 의미있는 수준의 규모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추징한 상속·증여세는 11억원가량에 그친다. 정부가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일감 몰아주기를 눈감아준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이동신 자산과세국장이 부동산 거래 관련 세무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는 그동안 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경쟁을 해치는 시장 교란 행위라는 관점에서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규제해왔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해서만 규제가 가능하고,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나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거래하는 경우 등 일감 몰아주기를 판단하는 요건에 주관적 요소들이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도 공정위만으로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규제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대신 상속·증여세법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세법 개정안에도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증여의제 이익을 계산할 때 거래비율 공제 한도를 낮추는 등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일감 몰아주기의 핵심은 상속·증여와 경영권 승계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비로소 일감 몰아주기 대책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공정위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차원에서, 국세청은 조세정의 차원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철호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세금 추징과 별개로 조사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 포착된 부분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관련 자료를 이첩하고 조사를 의뢰할지 등은 명확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정위와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도 “국세청 조사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 공정위 차원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또 대기업 및 계열사들이 주식 명의신탁, 불공정 합병 등 변칙적 수법으로 탈루한 혐의를 여러건 확인함에 따라 관련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세청이 최근 구축한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통해, 재벌 그룹 사주가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을 액면가로 2세에게 넘겨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 취임 뒤 기업집단국을 신설한 공정위도 12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재벌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이 두차례 재벌그룹과 간담회를 열고 몰아치기식 재벌개혁은 하지 않을 테니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으나, 현실적으로 재벌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은 일감 몰아주기 조사 강화밖에 없다”고 밝혔다.

허승 방준호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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