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전달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정부에 무조건 지원요청 그만’ ‘기업 스스로 변화에 솔선수범’ ‘정부·경제계가 공존과 상생의 해법 공동마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 정부-경제계의 새로운 3대 협력 틀을 담은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전달했다. 제언집은 보수-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망라된 상의 자문단 50여명의 분석과 제안이 담겼다.
상의는 제언집에서 “그동안 경제계가 10년, 20년 뒤 미래 성장원을 얘기하기보다 ‘어려움이 많으니 해결해 달라’며 한계기업의 연명을 위해 소원수리형 건의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면서 “역대 정부도 우리나라를 단기간에 경제대국으로 이끌었지만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서 산업의 미래를 그려갈 정책대안 마련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이 속속 발표되는 상황에서 우리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원인을 짚어보고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공존과 상생의 해법을 마련하자”면서 “전문가의 균형잡힌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가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가는 것에 (상의가) 가교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한 파트너”라면서 “경제계의 제언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상의는 제언집에서 한국 고용노동시장의 경우 세계 최장 수준인 2069시간의 연간 근로시간(OECD 평균 1763시간), 23.7%의 높은 저임금 근로자 비율(OECD 평균 16.8%), 그럼에도 국내총생산(GDP)의 10.1%에 불과한 낮은 사회복지지출(OECD 평균 22%) 등 열악한 현실을 솔직히 인정했다. 또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면,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는 등의 새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또 기업의 사회공공성과 관련해 국민의 낮은 기업신뢰도(29%), 글로벌 기업 중 하위 25%에 불과한 낮은 조직 건강도 등을 인정했다. 이어 기업들이 정부 규제에 떼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변화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포지티브 캠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제를 강화하는 기존 방식 대신 선진국처럼 스튜어드십코드(모범규준) 활성화 등 시장을 통한 감시·감독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 경기와 관련해서도 성장과 수출의 호조, 기업실적 개선의 뒷면에 숨어있는 기업실적 양극화의 실상을 과감히 드러냈다. 상의는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이 45%나 늘었지만, 10대그룹의 영업이익이 84% 늘어날 때 나머지 상장사는 -2.2%로 감소하는 등 편중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상의 자문단인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역대 정부가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참여정부), 동반성장(이명박 정부), 경제민주화(박근혜 정부) 등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기업의 역량강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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