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많이 늘어난 반면 청년 창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됐지만 퇴직 후 임금노동자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비임금노동자는 685만7천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은 2년 전보다 14만1천명(7.5%) 늘어난 201만2천명(전체 비임금노동자의 29.3%)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에 청년층(15~29살)은 2만7천명(-10.9%) 줄어, 22만3천명(전체의 3.3%)에 그쳤다. 비임금노동자란 자영업자와 가족 사업체에서 무보수로 돕는 ‘무급가족 종사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영업자만 따져보면, 60살 이상은 10년 만에 135만4천명에서 162만2천명으로 불어났지만 청년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에 22만명에서 15만1천명으로 감소했다. 통계청 쪽은 “60살 이상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이들이 퇴직을 한 뒤 생계를 위해 창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잘 안돼 문을 닫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세 사업장도 2년 새 더 늘었다. 지난 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2015년에 견줘 7만6천명 늘어난 569만7천명으로 조사됐는데, 고용원(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년 전보다 3만6천명(-2.3%) 감소했지만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1만1천명(2.8%)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라도 산재보험 가입률은 52.8%에 그쳤다.
특히 최근 2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2명 중 1명의 종잣돈은 2000만원에도 못미쳤다. 사업자금은 500만원 미만이 28.3%로 가장 많았고, 500만∼2천만원(22%), 2천만∼5천만원(21.1%), 5천만∼1억원(16.6%), 1억∼3억원(10.9%), 3억원 이상(1.2%) 등의 차례였다. 10명 중 7명(68.8%)는 종잣돈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통계청은 “지난해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안정된 직장에서 떠밀려나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사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7.4%)이 과거 임금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창업 준비기간은 매우 짧았다. 10명 중 9명(88.9%)이 ‘1년 미만’이었고, 특히 2명 중 1명(52%)은 ‘1~3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창업 동기를 물었더니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71%로 가장 많았다. “임금노동자로 취업이 어려워서”(16.4%)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자영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자영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꾼 경우, 직전 사업 유지 기간은 61%가 ‘5년 미만’이었고 특히 32.2%는 ‘2년 미만’이라고 밝혔다. 업종을 전환한 이유는 “수익이 더 나은 업종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직전 사업이 부진해서”(27.0%), “직전 사업이 전망이 없어서”(17%) 등을 꼽았다. 자영업자의 3.8%는 “현재 일을 그만 둘 계획”이라고 밝혔고 그 중 45.9%는 “1년 이내”로 시기를 못박았다. “개인적인 사유”(37.3%)와 “전망이 없거나 사업부진”(37.3%)을 그 이유로 들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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