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 독일 한스뵈클러재단 선임연구위원.
자동화는 인간의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기계 중심 자동화냐, 사람 중심 자동화냐는 중요한 질문이다. 독일은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도 인간 노동의 변화 역시 고려해온 사회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댄 ‘노동 4.0’의 사회적 대화가 그런 노력의 대표적인 예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 한스뵈클러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17일 베를린에서 <한겨레>와 만나 “디지털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도구”라며 “어차피 다가올 디지털화라면 일을 효율화하고 (일·가정 양립 등) 사회친화적인 쪽으로 함께 만들어가자고 노사정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페르트 선임연구위원은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16일 아침 첫 기조연사로 나서 독일의 경험에 바탕을 둔 ‘기술혁신 시대의 사회적 합의’를 강연한다. ‘4차 산업혁명’이 유행어가 됐지만 기술 변동에 따른 사회제도의 변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독일에서 합의가 가능했던 데 대해 자이페르트는 노사가 합심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자이페르트는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아직도 노사 간에 이견이 적지 않다”며 “최소한의 원칙에 합의했으니 이후에는 법제화 과정에서 계속 타협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IFR) 자료를 보면,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로봇 수가 531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2025년엔 한국 제조업 생산인력의 40%를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예측도 있었다. 그런데도 노동의 미래에 대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는 부족하다.
이에 자이페르트는 “일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 노조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부품업체와도 밀접히 연관된 것이므로 모든 노동자가 변화를 수용하도록 노사정이 함께 고용, 복지, 재교육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를린/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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