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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용지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록 2017-10-01 17:12

8월 고용지표 논란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상용직 증가, 추세적 흐름”
“자영업자 감소 최저임금 영향 가능성 낮아”
“청년실업 ‘28년만 최악’은 큰 의미 없어”
청와대 누리집 ‘일자리 상황판’ 갈무리.
청와대 누리집 ‘일자리 상황판’ 갈무리.
지난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21만2천명에 그쳤다. 상용근로자가 4만6천명 늘어난 반면 임시직 근로자는 1만6700명, 일용직 근로자는 3만6천명 줄었다. 자영업자가 3천명 감소세로 전환했다.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말많은 통계’였다. 발표 직후,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서 취업자수 증가폭이 줄고 청년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일자리위원회는 ‘상용직 증가’ ‘일할 의사가 있는 청년 증가’를 근거삼아 “일자리의 질은 나아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혼란스러운 해석에도 다달이 나오는 고용동향 지표는 정부 정책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추가적인 ‘일자리·소득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또다시 8월 고용지표를 꺼내들었다. “8월 중 일자리의 양적 개선세가 둔화되고 청년일자리 부진이 지속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추가 대책의 배경이 됐다.

같은 고용지표에 대한 서로다른 해석 가운데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부와 일부 언론의 평가와 달리 “‘좋다’ ‘나쁘다’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지표”로 보며 단순한 해석을 경계했다. 우리 노동시장의 특성, 현재 고용 지표의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의미다.

■? 상용직 증가…일자리 질 개선?

8월 고용 지표에서 정부가 부각한 ‘상용직 증가, 임시·일용직의 감소’는 우리 노동시장에서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흐름이다. 연도별 통계를 기준으로 상용직 취업자 수는 1999년 전년대비 6.1% 감소한 뒤, 2000년부터 적게는 2.2%(2002년)에서 많게는 7.4%(2010년)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 추세를 이어왔다. 반면 임시직 노동자의 경우 2008~2013년까지는 감소세를 보이고, 이후 소폭 증가세를 보이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이다. 일용직의 경우 2006년 이후 2014년 한해 0.1% 오른 것을 제외하면 늘 감소해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비공식 고용이 줄고, 고학력 노동자가 늘면서 상용직이 늘고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줄어드는 것은 추세적으로 이어져온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8월 상용직 증가폭이 4만6천명으로 컸지만, 이는 비교대상인 지난해 8월 상용직 취업자가 29만1천명 증가(전년동기대비)로 30만~50만명씩 증가세를 기록했던 1월~7월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던 점을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

또한 현재 고용동향에서 분류하는 상용직은 1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모두 포괄하고 있어, 일자리 위원회 설명처럼 ‘일자리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 박영삼 국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용직 증가 상당 부분이 기간제 등 비정규직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현재 고용동향이 나타내는 상용·임시·일용 구분만으로 일자리 질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감소가 최저임금 때문?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수를 불려오던 자영업자 수가 지난 8월 3천명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내수 위축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요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자영업자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7월 이전부터 이미 예상됐던 현상이다. 지난 5월부터 증가폭은 10만명대에서 5만명대로 둔화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시작된 자영업자 증가는 구조조정과 경기둔화에 따른 임금 근로 일자리 위축에 따라 자영업을 창업하거나 한계자영업자의 퇴출이 지연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 다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국내 자영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설명이다.

국내 자영업 증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상황보다 임금근로 일자리 증감과 더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소 노동시장분석센터 소장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내수에 따라 증감을 보였던 국내 자영업은, 이후 경기가 안좋을 수록 증가하는 독특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불경기 때 임금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자로 내몰리는 이들이 많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8월 고용지표에서 자영업자 감소는 3천명 수준으로 극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는 임금근로 쪽으로 눈을 돌리는 자영업자와 예비 자영업자가 늘었지만, 아직 이들이 갈만한 임금근로 일자리가 제한적인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 어려운 청년 고용…외환위기 이후 최악?

8월 청년(15~29살) 실업률(9.4%)이 높은 수준이라는데 정부와 언론, 전문가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8월 실업률을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생각이다. 성재민 소장은 “인구구조, 노동시장 상황 등 여건 변화가 있어 18년 전과 수치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추이를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 살펴본 20~29살 계절조정 실업률은 6월 10.3%, 7월 9.5%, 8월 10.1%로 큰 변화가 없다. 좀 더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청년층 잠재경제활동인구의 급격한 증가다. 잠재경제활동인구는 8월 64만5천명으로 전년동기대비 6만5천명(11.2%) 증가했다. 청년 실업자가 1천명(0.3%)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잠재경제활동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잠재 구직자는 실업자와 달리 일을 할 의사는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못한) 이들이다. 즉, 원서를 쓸만한 일자리가 없었다는 의미다. 박영삼 연구위원은 “8월 지표의 청년고용상황은 일을 원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것보다, 그들이 원서를 낼만한 일자리조차 없었다는 것을 더욱 유념해서 보아야 한다”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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