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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벌 “상속·증여세법 지키면 승계 불가능”

등록 2017-09-13 18:06수정 2017-09-14 10:48

‘가업상속세제’ 대기업에 확대하고
고용유지 등 요건 강화하면 윈윈 주장도
상속증여세 인하는 부자증세 흐름과 배치
“현행 상속·증여세법을 그대로 지키면서 승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30대그룹의 한 2세 총수는 재벌들이 세금을 제대로 안 내고 불법·편법으로 경영승계를 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현행 상속증여세로는 3세로의 경영승계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30대그룹의 2세 총수도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놓으면 사실상 기업인 모두를 범법자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뇌물을 준 혐의로 실형선고를 받은 것을 계기로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대한 기업인의 불만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박사는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5%까지 높아진다”며 “프랑스(45%), 미국·영국(40%), 독일(30%) 등 주요 선진국은 우리보다 세율이 낮고, 캐나다·스웨덴·싱가포르 등은 상속세를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세금을 줄였다”고 말했다. 자본이득과세는 아버지가 10억원을 주고 산 빌딩이 20억원이 됐을 때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 매입액을 뺀 1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일부는 ‘가업상속세제’의 활성화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임동원 박사는 “가업상속을 통해 경영 노하우와 보유 기술 등의 승계가 이뤄지면 기업의 지속적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쉽다”고 말했다. 우리도 유사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 3천억원 미만 기업에만 적용되고, 상속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요건도 까다롭다. 또 세금공제 한도도 최대 500억원(20년 이상 계속기업)까지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정승영 박사는 “2014년 개편 이전의 독일처럼 대상 기업 제한이나 공제한도를 없애 대기업에도 확대 적용하고, 대신 고용유지 등 사후관리 요건을 강화하면 기업과 사회가 윈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인하는 조세형평성 차원의 부자 증세 흐름과 배치된다. 가업상속세제 활용 방안도 ‘재벌 특혜 시비’가 제기된다. 독일도 2014년 이후 대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위평량 박사는 “지금처럼 재벌이 불신받는 상황에서 승계를 위한 세부담 완화는 어렵다”며 “준법·사회책임 경영을 통한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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