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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0년 달려온 사회적기업 육성법, 새 신발이 필요한 때

등록 2017-08-23 18:15수정 2017-08-23 21:57

한겨레경제사회연 사회적기업가 좌담
취약계층에 안정적 일자리 제공
사회적기업 인식 확산된 것 보람
정부지원에 기댄다는 편견은 부담
인증과 지원의 낭비 요소 개선 필요
시대변화 반영한 유연한 제도 기대
8월 18일 서울 은평구 사회적 경제 허브센터에서 ‘사회적 기업가 밀착대화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강백 대표(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이경재 대표(㈜대지를 위한 바느질), 김민영 대표(소녀방앗간), 조윤진 대표(소셜멘토링 잇다), 김정현 대표(㈜청년셰어하우스 우주), 정지연 대표(㈜에이컴퍼니), 변형석 대표(㈜트래블러스맵), 민동세 이사장(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뒷모습).
8월 18일 서울 은평구 사회적 경제 허브센터에서 ‘사회적 기업가 밀착대화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강백 대표(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이경재 대표(㈜대지를 위한 바느질), 김민영 대표(소녀방앗간), 조윤진 대표(소셜멘토링 잇다), 김정현 대표(㈜청년셰어하우스 우주), 정지연 대표(㈜에이컴퍼니), 변형석 대표(㈜트래블러스맵), 민동세 이사장(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뒷모습).

“2017년은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간 인증 사회적기업은 2007년 55곳에서 2017년 7월 현재 1776곳(예비 사회적기업 제외)으로, 고용인원 역시 2539명에서 3만9485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고용인원의 60.1%(2만3755명)는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곤란한 장애인,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적 기업가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와 실현 방법(비즈니스 모델)은 빠른 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커지는 정책 환경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의 사회적 기업가들은 사회적기업 10년과 사회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새로운 발전과제로 무엇을 제안하고 싶어할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18일 서울 은평구 사회적 경제 허브센터 회의실에서 사회적기업 제도·정책 환경에 대한 사회적기업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사회적 기업가 밀착대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민동세 이사장(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강백 대표(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이경재 대표(㈜대지를 위한 바느질), 정지연 대표(㈜에이컴퍼니), 김정현 대표(㈜청년셰어하우스 우주), 조윤진 대표(소셜멘토링 잇다), 김민영 대표(소녀방앗간)가 참석했다. 좌담회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변형석 대표(㈜트래블러스맵)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고, 참여자와 참여 기업이 양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 점수를 줬다. 하지만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들고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꾸는 과제도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 법규에 따라 지원제도가 만들어지고 정부가 인증하다 보니 정부의 기준이 역으로 사회적기업을 정의하는 일이 발생한 것 같다. 초기와 비교할 때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가?

이강백 사회적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하지만 영세 사업자부터 대기업까지 한국 사회 모든 기업이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사회적기업만 특혜를 받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난감하다. ‘아마존’도 창업 이후 10년 동안 단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미래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투자를 받고 유지할 수 있었다. 자금이 없으면 어떤 산업도 성장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금융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형태의 지원과 방식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민동세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빈곤 타파를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슷한 경제 조직이 있었다. 육성법 이후 분명해진 것은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를 갖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과 조직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국가가 지원의 형식과 방법을 제도화할 때 경직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결국 개별 기업이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이경재 기업과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적기업 제도는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초기에는 사회적 기업가나 행정가 모두 사회적기업의 제도와 정책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 기업가들의 수준은 향상됐지만, 행정은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이다. 지금은 혼돈의 시대가 온 것 같다. 사회적기업 제도와 상관없이 멋지게 활동하는 소셜 벤처들이 있는 반면,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만을 노리는 소위 ‘업자’들도 보인다. 사회적기업 제도가 사회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조윤진 다른 기업을 만났을 때 ‘취업 양극화’라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기업 활동을 한다는 점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제대로 된 사회적 목적 실현과 수익 창출 사이에서 존재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유형에 대한 대중적 인식 역시 부족하다. 여전히 여러 매체에서 전달하는 사회적기업의 이미지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혜적인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김민영 한 번도 사회적기업이라고 말한 적 없고, 이 자리에도 소셜 벤처의 자격으로 참가했다. 사회적기업 인증 요건에 맞추려면 조직 구성, 운영 방법 등등 자신을 변화시켜야 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의 장애물이 생각보다 높았고, 다른 이의 상상에 우리의 상상을 끼워 맞추는 일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서울 성수동에서 도농 상생을 모델로 ‘소녀방앗간’이라는 밥집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성수동에서 소셜 벤처를 운영하는 많은 청년이 이 자리에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선배들의 경험을 보고 배우며 공부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사회적기업이 고도화되어가는 과정 아닐까 생각한다.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제조직이지만,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려 하지 않는 기업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제도가 다변화되는 혁신 가치를 담아내지 못해 누수되는 지점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사업하면서 느꼈던 사회적기업 제도와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조윤진 전문인력 지원제도를 좋은 제도로 꼽고 싶다. 다만, 지원액을 현실화했으면 좋겠다. 예비 사회적기업 선정 후 전문인력 1명을 지원받았다. 사업의 특성상 프로그램 개발자를 섭외해야 하는데, 시장의 연봉 수준과 격차가 너무나 커서 채용하기 어려웠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전문인력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제도도 재검토하고, 특정 산업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한다는 점 역시 제도 개선에 반영됐으면 좋겠다. 지원이 끝난 뒤엔 사회적기업이 책임지는 게 맞다.

이경재 취약계층을 고용하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선 전문가 영입으로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초창기에 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다.

민동세 전문인력에 대한 지원은 그 업종에 투입되는 전문가가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찾기 어려운 경우들이 적지 않다.

사회 향후 사회적기업 제도·정책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김정현 현재의 지원 시스템은 낭비 요소가 너무 많다. 실제로 필요한 예산은 항목에 없다. 심지어 지원제도에 맞춰 일부러 돈을 쓰고 정산하는 경우도 생긴다. 서류작업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다 보니 사업에 투자해야 할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분산된다. 이런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열린 구조의 유연한 지원제도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공공사업 참여나 지원의 근거로서 인증제도 자체는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를 측정하는 단순하고 명쾌한 지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정지연 기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성원 혹은 파트너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때로 일에 집중하다 보면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과 일치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지만, 여력이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구성원 선발과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조직문화 관리 등 구성원의 성장이나 행복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민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전문가로서 하나하나 찾으며 헤매야 했다. 법인 설립할 때도 법무사를 섭외하는 비용이 너무 비쌌고, 세금 내는 것도 세무사를 통해야 했다.

사회 개인적으로는 선배 사회적기업들의 경험과 노력의 결실이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시민에게, 정책입안자 및 수행자들에게,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혹은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경재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공공성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관공서가 사회적기업을 모방해 정책화하거나 경쟁 상대가 되는 사례도 목격했다. 사회적 확산을 한다는 좋은 취지를 내세우니 억울하지만 말을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회적기업의 고유성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

민동세 돈을 잘 벌지는 못해도 조직 역량을 갖추고, 비전을 가진 사회적기업들의 안정적 소득이 보장되는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미션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 사회적 금융 등 충분한 자본이 밀어주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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