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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걱정 말아요 AI·로봇” 공포 과장 대신 공존기술 익힐 때

등록 2017-08-21 17:27수정 2017-08-21 20:08

Weconomy | 인공지능·로봇 기술은 위험한가?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이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일런 머스크 등은 사람보다 뛰어난 슈퍼 인공지능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2013년 발표한 연구보고서 <고용의 미래> 는 10~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47%가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제시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내걸고 2020년까지 주요 선진국에서 710만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생산성·실업률에 영향 적어
“로봇·AI 공포 조장하는 주장엔
실제 공학적 근거 거의 없어”
“100년내 특이점 오지 않을 것
AI, 인간결점 보완 도구로 기여”

최근의 기술 발달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자율주행차 경쟁, 2014년 튜링테스트 통과 인공지능 탄생, 인간 두뇌 모방한 딥러닝 개발, 2016년 딥마인드 바둑 제패 등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대중적 불안으로 확산시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중의 지혜> 저자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 최신호에서 “로봇이 사람 일자리를 광범하게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생산성과 고용률을 논거로 제시하며 고용 시장에서 로봇과 자동화의 영향이 실제로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로봇과 자동화가 광범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미국 경제는 과거에 비해 전 산업의 생산성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리싱크 로보틱스가 시판중인 로봇 백스터(왼쪽)와 소여. 이들 로봇은 손쉬운 조작법과 학습가능성 및 안전성을 갖추고 있어, 로봇 전용 생산라인과 공장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의 사람이 작업하던 현장에 그대로 투입되어 사람과 함께 노동할 수 있는 기계라는 점을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리싱크로보틱스 제공
미국의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리싱크 로보틱스가 시판중인 로봇 백스터(왼쪽)와 소여. 이들 로봇은 손쉬운 조작법과 학습가능성 및 안전성을 갖추고 있어, 로봇 전용 생산라인과 공장을 구축하지 않고 기존의 사람이 작업하던 현장에 그대로 투입되어 사람과 함께 노동할 수 있는 기계라는 점을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리싱크로보틱스 제공
미국 노동생산성은 1947년부터 1973년까지 연평균 3%씩 성장했지만 2007년 이후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연평균 1.2%의 성장률로 낮아졌고 자동화와 로봇의 열풍이 일고 있는 최근 2년은 오히려 0.6%로 떨어졌다는 게 그 근거다. 또한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5% 아래로, 광범한 실업 사태 대신 많은 분야에서 구인난이 심각한 상태다. 미국만의 사례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21개국에서 약 9%의 직업이 자동화로 대체될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서로위키는 9%는 상당한 수치이지만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재앙적 현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 업무와 현금자동지급기(ATM)의 관계를 사례로 들면서, 미국에서 1990년부터 현금자동지급기가 대중화되어 40만대 넘게 설치됐지만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은행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점포별 은행원 수는 줄었지만, 지점 개설 비용이 낮아지면서 은행들이 더 많은 지점을 설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앞으로 10년간 은행원 수가 줄겠지만 규모는 8% 감소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플, 실리콘그래픽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한 대만계 컴퓨터과학자이자 벤처투자가인 리카이푸는 지난달 <와이어드> 기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위협이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리는 “37년 동안 인공지능을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최근 슈퍼 인공지능, 특이점, 사이보그처럼 괴이한 예측과 주장에는 공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100년 안에 특이점과 같은 기술적 격변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특성상 지능 폭발이 이뤄지게 되어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보편적 지능처럼 스스로 학습기능을 장착하고 창의성과 계획성, 자의식과 감정, 욕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리카이푸는 최근 잇단 바둑, 포커, 이미지 인식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공지능은 사람이 규정한 특정한 직무에서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래에도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필요와 욕구를 만들어낼 텐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이에 대처할 종합적 능력과 감정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으로 사람이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해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적·사회적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감과 사랑과 같은 인류애를 실현하는 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계에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를 이끌고 있는 에릭 호비츠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미국 인공지능학회장을 지낸 호비츠는 최근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인간과 기계는 향후 수십년간 서로 협력하는 관계일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망각하고 산만해지는 인간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지능보조 도구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인공지능의 설명할 권리’를 강조했다. 호비츠는 “현재는 딥러닝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해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데이터, 추론, 인지적 사고 분야에서 전문가로 믿고 안심하게 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모습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모색, 개방적인 논의가 함께 중요하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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