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대형마트는 보통 20일간 와인 시음행사를 실시하면 50개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100명을 파견받았다. 종업원 인건비 1억2800만원(1인당 6만4000원)은 모두 납품업체 몫이었다. 하지만 내년 중 대규모유통업법이 개정돼 ‘대형 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의무’ 조항이 신설되면 ㄱ대형마트도 인건비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ㄱ대형마트가 인건비 분담 의무는 물론 종업원을 다른 목적에 투입하는 등 법을 어긴다면, 크게 오른 과징금과 손해배상액을 물어야만 한다. 일단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30∼70%에서 10월부터 2배(60∼140%) 올라, ㄱ대형마트는 중대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현재 6400만원(50%)에서 1억2800만원(100%)으로 늘어난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파견받은 종업원에게 부당한 업무를 시켰을 경우 배상금은 현재 1억2800만원(총 인건비)인데, 내년 3배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3억8400만원으로 늘어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15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김상조 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갑질 근절’을 위해 가맹분야(프랜차이즈)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이고 악의적인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납품업체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연말까지 법을 고쳐 ‘징벌적 3배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 4가지다. 그동안 공정거래 분야의 징벌적 손배제는 하도급법에만 적용돼왔다. 3배 손배제 도입이 담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정재호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파견받아 일을 시킬 때는 인건비 분담 의무를 명시하도록 했다. 이익을 얻는 비율만큼 분담하되 산정이 어려울 경우 절반씩 분담하도록 했다. 또 표준거래계약서를 고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가 바뀌면 납품업체가 납품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매년 유통분야 중점 개선분야를 관리하기로 하고 올해 가전·미용 전문점에 이어 내년에는 홈쇼핑·대형수퍼마켓(SSM) 분야를 선정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장려금, 판촉·인테리어 비용 등 거래 조건과 현황에 대한 공시제도도 내년 중 신설한다.
이밖에 지역 납품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현재 공정거래조정원에만 설치된 분쟁조정협의회를 올해와 내년 중에 각 시·도에도 설치하고, 그동안 ‘솜방망이 제재’ 지적을 받아온 정액과징금(법위반 관련 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적용)의 상한액을 내년에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만 납품업체에 사들인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을 내년부터 금지해 납품업체에 대한 재고부담 전가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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