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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8·2 부동산대책이 무주택 청년을 구원할 수 있을까?

등록 2017-08-08 15:42수정 2017-08-08 19:40

[HERI의 눈]
참여연대는 지난달 12일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2015년 기준 연간 24조7371억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임대소득 신고가 이뤄진 것은 1조6209억원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지난달 12일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로 거둬들이는 임대소득 규모가 2015년 기준 연간 24조7371억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임대소득 신고가 이뤄진 것은 1조6209억원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신촌의 한 부동산. 연합뉴스
지난 8월2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실수요자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및 금융규제, 투기적 주택수요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 과연 이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 전반에 대하여 해답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시장 상황의 피해자는 비교적 명백하다. 바로 현재 주거가 불안정하며 앞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주택 청년들, 그리고 이러한 청년들을 포함한 저소득 무주택 가구들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현재 부동산 대책이 한국의 무주택 청년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왜 청년 세대들은 주택을 구입할 수 없고 과도한 주거비 부담에 고통받고 있는가?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격과 주거비 부담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30살 미만 청년가구주의 89.9%는 무주택자다. 또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에 사는 청년의 16.2%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살고 있고, 36.2%가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청년의 월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55.8%(보증금 포함)에 달하는 등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주거비 부담이 과중하다. 일자리 문제 등으로 청년층이 다수 거주하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하지만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실질임금상승률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평균수명은 늘어나지만 노후대비는 막막한 노년층에서는 노후 대비용 임대소득이나 상속 등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체 아파트 구입자 중에서 60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으며, 한국은행의 <2017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을 월세로 임대하는 60살 이상 가구 수는 2012년 27만7000 가구에서 2016년 42만7000 가구로 급증했다. 월세임대 가구 중 약 63.4%가 50대 이상으로, 저금리 기조에 낮은 공적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어려운 노년층이 월세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부동산을 추가 구입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즉 한국의 부동산 임대시장은 월세수입을 통하여 노후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노년층의 공급과 주택구입이 사실상 어려운 청년층의 수요가 계속 창출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쉽게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무주택 청년들에게는 어떠한 해결책이 필요한가? 감당가능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거나 과다하지 않은 주거비 부담으로 적절한 주거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택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으며, 노후 대비용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노년층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노후 대비용으로 주택을 사들인 노년층이 월세수입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이상 월세부담 역시 안정되기 어렵다.

투기적 주택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정책만으로 이러한 주택수요와 월세상승을 잡을 수 있을까? 과연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를 구매하겠다고 몰려드는 수요가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뿐일까? ‘집 가지고 장난치는 투기꾼’들 일부의 수요를 차단하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그보다는 부족한 복지로 불안한 노후를 부동산에 의지하려는 기성세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고통받는 청년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닐까.

그렇다면 노인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월세 빨대’를 꽂아 노후생활을 연명하는 구조가 지속가능한가? 주거는 삶의 터전이고, 필수재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로막고, 저출산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OECD 국가들에서 주택가격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출산율이 일정 비율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놀랍지 않다. 추가적인 주택의 구입과 월세수입이 유일한 노후 대비책인 사회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세대 게임에서 지는 것은 청년들이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노후 문제는 월세수입이 아닌 공적연금으로 해결해나가는 해법을 찾아야 하고, 주거 목적 외에 추가적인 부동산 보유와 임대소득과 같은 불로소득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해 이를 억제하여야 하며,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무주택 청년세대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여 임차인의 주거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년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 정도 대책도 내놓지 못한다면, 한국의 기성 세대는 무책임하다. 최소한 저출산 운운은 하지 마시라.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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