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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카오뱅크 가입해보니…‘노잼’ 은행이 ‘꿀잼’으로

등록 2017-08-05 10:20수정 2017-08-05 10:30

비밀번호·보안패턴·지문인식 등 거쳐
8분만에 앱 받고 계좌 개설까지 끝
주요 대출상품 한도조회는 어려워
카카오뱅크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접속 폭주로 계좌 개설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귓등으로 접했던 지난달 27일, 점심을 먹기 전까지 ‘카카오뱅크 열풍’은 남의 이야기였다. 생면부지 옆 자리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라이언 체크카드’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카카오뱅크 프랜즈 체크카드. 왼쪽부터 라이언, 무지, 어피치, 콘이 새겨진 카드. 캐릭터가 없는 블랙 카드도 선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프랜즈 체크카드. 왼쪽부터 라이언, 무지, 어피치, 콘이 새겨진 카드. 캐릭터가 없는 블랙 카드도 선택할 수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무엇에 홀린 듯 카카오뱅크 앱을 다운받아 설치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는 계좌 개설과정은 비교적 단순했다. 이미 카카오톡을 사용하던 터라 따로 회원 가입 절차를 밟지 않고 집주소와 직장이름·주소, 계좌 개설 목적과 같은 몇몇 필수 정보만 입력하면 계좌개설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확인을 위해 신분증 사진이 필요하다.

본인 인증은 ‘토스’ 등 핀테크 앱에서 선보였던 ‘1원 송금’ 방식으로 이뤄졌다. 카카오뱅크에서 내 통장에 1원을 보내는데 계좌에 찍힌 입금자의 이름 ‘연두사과’를 앱에 입력했더니 인증이 마무리됐다.

비밀번호, 보안패턴, 지문인식 등 보안설정까지 마치니 계좌가 열렸다. 앱을 받고 계좌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8분 정도. 첫날 오후까지도 간헐적인 접속 장애가 있었지만 ‘처리가 느리다’는 느낌은 없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도, 창구 직원의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여러장의 서류에 서명할 필요도, 신분증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카카오가 ‘창구 업무 단순화’를 위해 고민하고 준비한 티가 났다.

어, 이거 완전 은행이잖아?

카카오뱅크 앱은 입출금, 예·적금, 대출, 해외송금 등 은행 업무를 망라하고 있다. 오프라인 창구는 아예 없고 앱이 은행 창구 역할을 대신 한다. 계좌 개설 후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매주 3만원씩 모아서 1년에 160여만원을 만들자는 자유적금 상품 안내였다.

카카오뱅크의 금리는 예·적금 최고 연 2.20%, 대출 최저 연 2.85%로 시중은행에 비해 좋은 편이지만, 평균소요시간 ‘5분’으로 안내된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비롯한 주요 대출 상품의 한도 조회는 이용자 폭주로 먹통이었다. 빠른 계좌 개설과는 대조적이다.

기대 이상 ‘노란 봉투’

계좌를 개설하면서 함께 신청한 체크카드는 정확히 6일 뒤인 지난 2일 도착했다. 신청 폭주로 발송까지 최대 2주 가량 걸린다던 안내를 사전에 접했던터라 느긋하게 기다렸는데 어쩌다보니 주변에서 가장 빨리 받아본 사람이 됐다.

집배원은 카카오를 상징하는 노란색 봉투를 건네며 단말기에 내 생일과 이름을 입력하도록 했다. 그의 손에는 내 것과 똑같은 우편물이 너댓 개 더 들려 있었다.

카카오뱅크가 보낸 노란 우편물 봉투 안에는 카드 말고도 약관, 안내서, 신규가입자 혜택을 안내하는 소책자와 또 다른 노란 봉투로 포장된 ‘웰컴 기프트팩'이 들어있다.(왼쪽부터)
카카오뱅크가 보낸 노란 우편물 봉투 안에는 카드 말고도 약관, 안내서, 신규가입자 혜택을 안내하는 소책자와 또 다른 노란 봉투로 포장된 ‘웰컴 기프트팩'이 들어있다.(왼쪽부터)
카카오뱅크가 보낸 노란 봉투 안에는 약관, 안내서, 신규가입자 혜택을 알리는 소책자가 ‘팬시상품’처럼 들어있었다.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 우편물보다는 확실히 ‘때깔’이 좋았다. ‘원빈’과 ‘오징어’를 비교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보낸 우편물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은 처치곤란 쓰레기’ 취급하며 개인정보 부분을 잘게 찢어 버렸는데, 카카오뱅크의 우편물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직접 받아본 체크카드는 사진 이상으로 단순하고 깔끔했다. 카드 앞면에는 가입자의 이름과 마스터카드 로고, 카카오뱅크 로고인 ‘B’를 제외하고 어떤 문자도 없었다.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 정보는 뒷면에 인쇄되어 있다. 마스터카드 로고와 IC칩을 가리면 카카오프랜즈 캐릭터 상품으로 착각할 정도다. 카카오프랜즈 마니아라면 대기 기간이 길고 발급비용(2000원)이 든다는 점을 감수하고도 어떻게든 다섯 종류의 체크카드 모두를 가지려 욕심을 부릴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청 6일만에 받은 ‘라이언 체크카드’. 사진보다 실물이 더 곱고 깔끔하다.
신청 6일만에 받은 ‘라이언 체크카드’. 사진보다 실물이 더 곱고 깔끔하다.
비대면 방식답게 체크카드 분실이나 해외 부정사용이 의심될 땐 카카오뱅크 앱에서 카드 결제 승인을 직접 차단할 수 있다. 카드를 다시 찾았다면 차단을 해제하면 되고, 끝내 찾지 못할 경우 앱에서 분실신고·재발급 절차를 밟으면 된다. 방 안에 꼭꼭 숨은 지갑 때문에 카드사에 허둥지둥 분실 신고를 했다 몇분 뒤 취소했던 허탈한 기억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열어본 ‘노란 봉투 속 노란 봉투’인 ‘웰컴 기프트팩’에는 카카오프랜즈 캐릭터 스티커가 다섯 장이 들어있었다. 5인치 패블릿폰을 꾸미기 딱 좋은 크기다. 스티커의 뒷면에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의 혜택이 요약 인쇄되어 있다.

‘웰컴 기프트팩’ 봉투 안에 들어있는 튜브, 콘, 무지, 어피치, 라이언 스티커(왼쪽부터). 아주 얇은 필름에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다. 유일하게 캐릭터가 없는 블랙 카드의 주인은 원래 튜브였나보다.
‘웰컴 기프트팩’ 봉투 안에 들어있는 튜브, 콘, 무지, 어피치, 라이언 스티커(왼쪽부터). 아주 얇은 필름에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다. 유일하게 캐릭터가 없는 블랙 카드의 주인은 원래 튜브였나보다.

‘노잼’ 은행의 ‘꿀잼’ 변신

카카오뱅크는 창구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고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잼’ 은행 업무를 ‘꿀잼’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전에 없던 ‘사용자 경험(UX)의 혁신’으로 은행의 문턱을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성급한 판단은 아닐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이 넘도록 대출 상품의 한도 조회는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2주 가량이라던 체크카드 발급 기간은 현재 4주까지 늘어났으며 신분증 촬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민원도 여전하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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