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부근의 1992년, 2002년, 2012년 야간 조도 사진. KDI 북한경제리뷰.
북한의 야간 불빛(조도)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의 후생수준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개성지역과 금강산의 경우 남북관계와 지역의 야간 밝기가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 리뷰 7월호에 실린 ‘북한 주민의 경제적 후생 수준과 추세: 새로운 데이터를 통한 접근’ 보고서를 보면, 1992년부터 2000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던 북한의 조도는 이후 꾸준히 높아진다. 보고서는 “이같은 불의 밝기는 북한 경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으로 경제성장률이 음의 값을 기록하는 등 침체를 겪고, 2000년대 초중반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 해양기상청이 공개한 1992년부터 2013년까지의 야간조도 데이터를 북한 주민들의 전체적인 경제적 후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했다. 주민들의 소비(후생) 측면에서 북한경제를 살필 만한 자료가 제한적인 탓이다. 보고서는 조도 분석에 대해 “야간의 경제활동만을 측정하고 전기공급이 국가에 의해 통제돼 주민 후생수준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각 지역별로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서 의미있다”고 밝혔다. 분석에 활용된 조도 데이터는 약 0.86㎢ 단위로 조도가 측정돼 세밀한 지역들의 야간 경제활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조도를 통해서 분석한 북한주민 후생 수준 추이. KDI 북한경제리뷰.(※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개성지역의 경우 개성공단의 운명과 야간 불빛의 밝기가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성시와 그 인근지역의 야간 조도비율은 1993년과 1994년 북한 전체 조도의 6% 정도를 차지했지만 개성공단 입주가 시작된 2005년부터 급증해 2009년에는 19.4%로 최고점에 이르렀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이 비중은 2013년 12.9%까지 떨어졌다.
남북 경제협력의 산물이던 금강산 관광지역의 조도 비중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1992년 조도값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 지역의 야간 밝기는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급격히 늘어나 북한 전체 조도의 3~4%를 차지했다. 그러나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 2009년 이후로는 북한 전체에서 1%미만의 조도비율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규철 부연구위원은 “조도를 기준으로 볼 때 남북 경협과 북한의 정책결정 등이 지역의 후생수준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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