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17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제공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높은 고준위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논의를 시작한 정부 자문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진통 끝에 2015년 6월 최종 보고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19일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하며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재공론화’를 선언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영구중단에 대한 공론화가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사례다. 결과적으로 공론화가 ‘실패’였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실패한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는 데다 공론화 뒤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아 온 탓이다.
당시 공론화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창섭 가천대 교수(에너지아이티학)는 “공론화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원자력계와 환경단체 사이의 근본적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를 도출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줬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당시 (공론화의) 내용이나 절차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모호한 상태에서 재공론화를 한다면 현 정부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론화 과정이 절차적으로 민주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공론화위의 역할과 위상을 두고 많은 의견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공론화위 안에서 민주적 논의 절차를 마련하고 위원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중재할 것인지 등이 매우 중요한데,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는 이런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한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했던 황용수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공론화 과정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당시 공론화위가 반대 쪽(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탈퇴했던 환경단체 쪽) 사람들을 포용하는 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지난 14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했고 이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며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부지를 선정하는 것은 공론화위의 역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이 피할 수 없고 반드시 풀어야 할 의제는 시민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공론화 분야”라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같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은 공론화 대상이 아니며, 이를 공론화해서 다시 결정한다면 정책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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