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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비결은 튼실한 민관 거버넌스

등록 2017-07-26 18:18수정 2017-07-26 21:29

[사회적기업 10년, 새로운 모색]

두레농장·마을공동체·로컬푸드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
관이 마중물 붓고 민이 유지·확대
중간지원조직은 가교 역할 ‘톡톡’

‘사회적경제 1번지 완주’ 목표로
협동경제 생태계 모델 구축 나서
지난 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 두레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한 할머니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 두레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한 할머니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8일 오후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마을. 한적한 시골 도로를 따라 비닐하우스 4동이 늘어서 있었다. 하우스에 들어서자, 분주하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주름진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방울토마토를 따는 이도, 출하를 위해 상자에 담는 이도 모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 마을 주민 조한승(59)씨가 말했다.

“대부분 70~80대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농사에서 손 떼고 집에서 쉬시거나, 텃밭 정도 일구시던 분들이에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거죠.”

이곳은 이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두레농장’이다. 함께 모여 일하고 수다 떨고 밥도 같이 먹는다. 일종의 ‘마을 공동농장’인 셈이다. 완주군이 농촌 마을의 공동체 회복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9년부터 조성했다. 공모를 거쳐 선정되면 시설비와 운영비를 5년간 지원한 뒤 자립을 유도한다. 현재 10곳이 운영 중이다.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완주의 ‘자랑거리’인 로컬푸드 직매장(12곳)을 통해 유통된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마을의 평치 두레농장 간판.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마을의 평치 두레농장 간판.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조씨는 평치 두레농장 대표이면서 평치 마을공동체 대표이기도 하다. 마을공동체는 마을 단위에서 다양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완주군이 추진해온 ‘농촌 활력’ 사업이다. ‘발굴-기반구축-육성-자립’의 4단계로 나눠 짧게는 4년6개월, 길게는 8년 동안 군이 예산 등을 지원한다. 사업 아이템은 주민들이 정한다. 밑반찬, 양파즙, 두부, 장류 등 마을 주민들의 손재주와 자원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으로 만들어낸다. 평치 마을공동체에선 우리콩두부영농조합법인을 꾸려 두부와 두부 가공식품, 쌈무 등을 생산한다. 조씨는 “사업 과정에서 중간지원조직인 완주공동체지원센터(옛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가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주고 컨설팅을 해주는 등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의 생산품도 대부분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된다.

두레농장, 마을공동체, 로컬푸드 등은 완주군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공동체사업) 모델이다. 이 세 사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활성화하려면 민관 거버넌스(협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군청)에서는 인프라를 깔아주고 예산을 지원한다. 민(주민)은 관의 지원을 기반으로 사업을 조직하고 확대한다. 로컬푸드 사업의 경우, 완주군이 로컬푸드 담당 행정조직을 신설하고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사업에 밑돌을 놨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가공품을 만들 수 있도록 거점가공센터도 세웠다. 군이 매장을 지어서 로컬푸드협동조합에 넘겨주기도 했다. 지금은 협동조합과 영농조합법인 등 민간이 사업을 이끌어간다. 강평석 완주군 공동체활력과장은 “펌프질을 하려면 마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의 역할은 마중물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은 생산이 유발됐고, 그게 대부분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두부를 포장하고 있다. 완주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 제공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두부를 포장하고 있다. 완주 미디어공동체 완두콩협동조합 제공
민과 관 사이에선 중간지원조직이 가교 역할을 한다. 2010년 설립된 완주공동체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분야 중간지원조직이다. 교육과 컨설팅, 모니터링, 정책연구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 등 마을사업을 발굴하고 홀로서기를 돕는다. 마을공동체(100개) 외에 지역공동체(40개)와 아파트공동체(80개) 사업도 이와 같은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발굴과 지원이 이뤄진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의 문제를 공동체 중심의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공공형 소득사업이다. 교육·복지·환경 등 사회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아파트공동체는 완주군 주거 유형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아파트 내 주민 간의 소통 확대와 공동체 활동 활성화 등을 위해 완주군이 2015년부터 추진해왔다. 이근석 센터장은 “완주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모두 행정(관)이 마중물로 띄우고,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꾸려 나가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이 함께 마을 현장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완주군과 지원센터의 목표는 공동체에 머물지 않는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진화’하도록 유도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카페 ‘더(The) 다락’도 애초 지역공동체로 시작했다가 2014년 다정다감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8월엔 장애인 취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완주는 사회적기업 하기 좋은 곳이에요. 공무원들 마인드도 괜찮고, 인프라도 갖춰져 있고. 기댈 언덕이 있다고 할까요? 좀더 많은 지역 젊은이들이 사회적 경제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은영 다정다감 대표의 말이다.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장애인 일자리 카페 ‘The 다락’.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장애인 일자리 카페 ‘The 다락’.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로컬푸드 1번지’가 지금까지 완주에 따라붙는 수식어였다면, ‘시즌 2’는 ‘사회적 경제 1번지’이다. 공동체 간의 네트워크와 협동을 통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 다음 목표다. 지난해 말부터 민간 주도의 ‘완주군 사회적 경제 포럼’을 꾸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거버넌스와 협동 경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연구와 토론, 시범사업 추진 등이 포럼의 과제다.

김연주 완주군 사회경제팀장은 “마을공동체와 지역공동체 사업은 지역사회에 사회적 경제의 씨를 뿌려 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 이제 그것들을 묶어 완주형 사회적 경제 생태계 모델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런 사회적 경제 생태계가 돈과 자원, 인력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는 지역순환경제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완주/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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