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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제대로 하려면…

등록 2017-07-24 11:19수정 2017-07-24 15:41

[HERI의 눈]
한국 공공 고용 OECD 절반
공공 일자리 늘릴 여지 충분
나쁜 일자리 양산 부추기는
총정원·총인건비제 바꿔야

국민 생활 직결 공공서비스
공공기관 정원 늘려 확충을
일자리 창출 관건은 재원
실질적인 증세 모색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6월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참석자들과 다 함께 ‘일자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박병원 경총 회장, 문유진 청년네트워크 대표, 최종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대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앞줄 왼쪽부터) 이명혜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문재인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6월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참석자들과 다 함께 ‘일자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염태영 수원시장, 박병원 경총 회장, 문유진 청년네트워크 대표, 최종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대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앞줄 왼쪽부터) 이명혜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문재인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의 우선과제로 일자리 정책을 중점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5월 12일 ‘공공기관 비정규직 1위’ 현장인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고, 대통령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으며(5월 10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6월 1일). 그리고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7월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의 핵심 과제가 일자리 창출임을 명시하고, 일자리는 성장을 촉진하는 최고의 복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자리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을 줄이며, 고용의 질을 높이는 ‘늘리고, 줄이고, 높이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 창출의 실행전략이다.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임기 내에 마련한다는 선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선도해야

문재인 정부의 ‘21세기 한국형 일자리 뉴딜’은 실질실업률이 30%가 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는 고용절벽 시기에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민간부문 일자리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공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재정 수준은 최상위인 반면 공공고용 수준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OECD가 발간한 ‘2017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 (Government at a Glance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GDP의 1.4% 수준 흑자로 양호한 편이었지만, 공공부문(일반정부) 고용 비중은 총고용대비 7.6%에 불과하여 OECD 평균 18.1%에 훨씬 못미치는 것은 물론 일본(5.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일자리 창출은 민간이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공부문 일자리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여기에서 일자리를 늘릴 여지가 있으며, 이를 통해 고용의 질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셈이다. 이전 정부들은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세제 등의 혜택을 줘서 민간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게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비정규직 축소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이전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여러 대책들이 발표되었지만, 이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의 확대, 고용구조의 세분화와 위계화, 나아가 비정규직 활용을 제도적으로 합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제정으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므로 공공기관들은 2년 이내의 시간제근로자나 단시간근로자, 또는 소속외 인력(간접고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해왔고, 이는 결국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존재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등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사용을 부추기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총정원-총인건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사회서비스 분야의 경우 민간에서 많이 담당하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정부가 양적 확충에만 치중한 결과 2015년 현재 고용 규모가 70여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노동조건이 열악한 저임금 여성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민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과도한 경쟁구조, 이로 인한 서비스 제공 인력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이 결합되면서 사회서비스의 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에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열악한 불안정노동을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는 역할을 공공부문이 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확충이 전제되어야

공공부문 일자리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지 일자리 창출만을 목적으로 예산을 배분한다면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쓴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재정을 투입하여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릴 때의 전제는 공공서비스의 확충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용자로서 국가 역할과 민간부문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까지만 강조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얻어지는 공공서비스의 확장 측면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공적 서비스의 확장(공공부문 확대)이 관료주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심화시킨다는 인식을 넘어, 공공부문 바깥 노동자들의 간접임금 인상 효과, 건강한 노동력의 재생산, 고용-성장의 선순환을 고취하는 촉진제로서의 역할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가진 공공서비스의 확장이 갖는 적극적 의미 또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서비스 확대·강화를 위한 공공기관의 정원 확대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수요와 사업은 확대된 반면, 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정원은 기획재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으며, 증원 최소화, 비용 절감 극대화 원칙만이 강요되어 왔다. 이로 인해 공공부문을 통한 국가의 ‘최후의 고용인’으로서의 책임이 사실상 방기되었고, 비정규직 확대 등 나쁜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지난 9년간 누적된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의 정규직 정원을 적정 수준으로 되돌리고, 국민 생활과 안전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확대에 따라 공공기관의 정원도 늘려 나가야 한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관건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증세 없이 세금 자연증가분 60조원과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100대 과제를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178조원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이 중 소득 주도 성장의 일자리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5년간 42조3000억원이 들어가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에 11조400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공약 발표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증세 없는 일자리 재원 마련 방안의 비현실성이 지적되었다.

이를테면, 문재인 정부는 당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얼마나 소요될지 추산하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에 초점을 두고 처우개선은 단계적·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외양만 정규직으로 바뀔 뿐 실제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무늬만 정규직 전환’일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과 함께 최대한 처우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이 7월 22일 통과되었지만, 정규직 전환에 소요되는 재원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추경 관련 일자리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고 임금 수준 또한 낮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이러한 비판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실질적인 증세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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